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in Dec 24. 2018

저녁시간이 있지만 가족은 없는 독일 직장인의 하루 일과


'아시아의 성실한 일꾼'이라며 농담처럼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었는데 예전에 써놓고 저장해 놓은 글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독일에서 일하는 모습은 한국과 비슷하면도 조금 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성실한 동양의 일꾼보다 더 부지런하고 일찍 출근하는 독일인들도 많았다.



6시~ 6시 반: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혹시 못 일어날까 봐 알람을 여러개 맞춰놓고 자는 편이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준비하는 편인데 화장을 간단하게 하기 때문에 입을 옷만 미리 정해놓으면 준비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침에는 배도 많이 고프지 않고 시간도 없어서 식사는 하지 않는 편이지만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것들을 챙긴다. 텀블러에 라떼를 만들어놓고 사과나 시리얼바 정도로 기차나 사무실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7시 10분: 조금 더 일찍 나서거나 아니면 조금 늦게 나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 시간에 집을 나선다. 회사가 다른 도시에 위치해 있어 기차로 편도로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기 때문에 일찍 나서는 편이다. 한국과 차이점이 있다면 출근시간 기차에서도 앉아서 갈 수가 있다.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아침시간을 활용하려 하는 편이지만 피곤한 날에는 잠을 청하기도 한다. 도착지에 제시간에 내리지 못하면 기차가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으므로 알람을 맞춰놓고 잔다. 독일의 기차는 자주 연착되거나 파업으로 악명이 높은데, 기차가 늦는 날에는 당연히 사무실에도 늦게 도착한다. 하지만 자율출퇴근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오전 일찍 회의만 없다면 지각 개념이 없다.


8시 30분~40분: 이쯤이면 사무실 책상 앞에 도착할 시간이다. 노트북이 켜지는 동안 신발을 갈아 신고 마실 물을 물병에 채워온다. 출근시간은 직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8시에서 10시 사이에 도착한다.


~9시 반: 오전에 미팅이 없다면 전날 늦은 오후나 저녁에 온 이메일을 읽고 회신하거나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온 뉴스가 있는지 확인해본다. 간단히 워밍업 차원에서 하는 일들인데 아주 급한 일이 있으면 숨 돌릴 틈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12시: 점심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집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느낌이다. (post lunch slump라고 지칭하는 것 같다) 그래서 두뇌 회전이 잘 되는 오전 시간에 업무를 최대한 많이 해내려고 한다.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해서 리포팅을 만들거나 프로젝트 관련 회의나 팀 회의가 있는 날도 있다. 팀 회의는 격주로 열리고, 이와는 별도로 2주에 한 번씩 매니저와 미팅을 한다. 2주간의 주요 업무 일정을 공유하고 함께 검토해야 할 일이 있는 경우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기도 한다.

 


12시~13시: 대망의 점심시간! 대체로 12시가 되면 구내식당에 내려가 점심을 먹는다. 30분 안쪽으로 식사는 끝나지만 바쁜 일정이 없는 경우 동료들과 함께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신다. 항상 같은 팀원들과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타 부서 혹은 타 계열사 동료들과 정보공유 및 친목도모 차원에서 식사를 함께 할 때도 있다. 혹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샌드위치나 집에서 간단한 도시락(콜드 샐러드 파스타 같은 것들)을 만들어 와서 모니터 앞에서 먹기도 한다. 이때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약간의 자기 계발 차원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정보를 찾아보려고 한다. 살짝 회사 식당 메뉴가 지겨워진 탓도 있다.


13시~18시: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 오후 근무를 한다. 내 업무의 특성상 루틴처럼 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잦은 빈도로 예상치 못한 업무들이 발생한다. 급한 일이 발생하거나 혹은 자료 요청을 받는 경우 오후 시간에 처리하려 한다. 회의가 없는 날에는 그간에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았던 업무들 - 파고들어서 해야 하는 업무들을 하는 편이다. 야근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시간에 개인적 업무는 거의 하지 않는다. 사실 한국에서 일했을 때도 네이버 포털 창을 열지 않을 정도로 일할 때는 집중해서 했고, 개인적 업무는 중간에 잠깐 휴식을 취할때 했었던 것 같다.


퇴근은 오후 여섯 시 전에 한다.  항상 이렇게 지켜지는 것은 아니고 해야 할 일이 많으면 집으로 노트북을 가져가서 할 때도 있고, 퇴근길 기차에서 업무용 휴대전화로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하는 편이다. 야근을 해야 하는 때도 있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간혹 다시 업무를 처리하는 때도 있지만 야근은 되도록 하려 하지 않는 편이다.


19시 반~ : 통근시간이 길기 때문에 아무리 집에 일찍 도착해도 저녁 일곱 시쯤이다. 집에 오는 길에 장을 봐오거나, 헬스장을 다니던 시절에는 곧장 운동을 하러 가곤 했다. 독일어 학원을 다녔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학원을 갔었다. 가끔 친구들 혹은 동료들과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한다.

미혼인 동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활패턴을 보이는 것 같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운동을 하러 가거나 본인의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 맥주를 마시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보다 체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다음날을 위해 왠만하면 주중에 과한 음주는 하지 않는 편이다.


서울에서는 할 일도 많았고 만날 사람들도 많았는데 독일에서는 확실히 좀 더 조용하고 심심한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한국회사에서는 외근도 종종 있었지만 독일에서는 외근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끔 참석하는 내부/외부 세미나 혹은 출장마저도 반갑기까지 했다. 저녁 술자리나 회식빈도가 줄어들었기에 다음날 일찍 일어나는 것은 훨씬 수월하지만 가끔은 북적북적하고 정신없이 흘러가던 서울의 밤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난이 아닌 피드백을 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