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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Sep 10. 2018

비난이 아닌 피드백을 주세요

혼자서만 모든 일을 해내면 큰 발전을 얻기 힘들다.



타 부서와 함께 하는 회의에서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를 하였다. 발표 후 나의 향후 계획 수립 및 발전에 제일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1. 타 부서원들 앞에서 내가 잘못 발표한 내용을 꼬집어서 말해주던 현 부서 팀장

2. 슬라이드 한 장에 한 개 이상의 질문을 해서 가끔 나를 곤란하게 만들던 옆 팀 과장

3.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에 집착을 하며 발표 슬라이드의 레이아웃을 지적하던 동료

4. 스마트폰을 종종 들여다보거나 회의시간 동안 별 내용 없이 넘어간 80%의 사람들


적어도 독일 사회 기준으로 본다면 4번에 해당하는 사람이 정답이다. 적절한 매너와 톤을 지킨다면 독일에서는 발표 때 틀린 내용을 알려주는 행동이 예의 없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견 개진을 하지 않는 사람을 그 프로젝트나 발표에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으로 간주하게 된다. 대안이 없는 비난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나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도 알아차릴 수 없다.


<출처:beyondhomecare.co.uk>




어린 시절 나는 피드백을 받는 것이 두려웠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학교나 학원에서 크고 작은 시험을 치렀고 생활태도 때문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하면서 자랐다. 말보다 글이 자신 있다 생각해 발표가 많은 수업은 수강신청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혹여나 발표를 준비할 때는 몹시 떨렸고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천년만년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자료를 타 업체나 부서 리더에게 전송한 후 아무런 피드백이 없을 때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라며 모든 일이 잘 넘어간 줄 알았던. 약간은 무지할 수 있는 신입시절을 보냈다. 

팀 회의시간에는 크게 질문하지 않았었다. 일 년에 한 번하던 성과 리뷰 때 각 항목별로 나에게 주어진 팀장님의 코멘트를 보면서 괜히 부끄러워지기도 했고 어떤 항목에서는 수긍이 되지 않았지만 그냥 넘어가기도 했었다. (이렇게 나열해보니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더 작게만 느껴진다.)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질문하는 것을 조금은 두려워했던 내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도 씩씩하게 질문도 잘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었고 이런 성향이 독일에 와서 많이 바뀌었다.



팀원뿐 아니라 팀장도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성장할 수 있다


팀장과 팀원은 회사의 조직 서열로 보았을 때 물론 같은 레벨은 아니다. 맡고 있는 업무의 책임 정도와 권한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조용한 성격 탓에 독일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도 조용조용 맡은 일을 열심히 했었다. 팀 회의시간에 돌아가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안건에 대해 설명할 때도 굳이 먼저 나서서 얘기하지 않았고 다른 동료가 먼저 시작하면 내 발표를 이어서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과 함께 영어로 '일'을 하는 자체가 조금은 부담스러워서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격주로 팀 회의가 열리고, 팀 회의가 없는 격주는 매니저와 1대 1로 한 시간 동안 맡고 있는 일의 진행상황 등을 세부적으로 공유하는 회의를 가진다. 일을 시작하고 첫 3개월이 지난 후 매니저가 나에게 주었던 공식 리뷰는 '너의 업무 성과적인 면에서는 굉장히 만족하지만, 지금보다 좀 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어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였다. 그러면서 덧붙였던 말은 '나에 대한 피드백도 중요하니 니 의견을 듣고 싶다. 너는 내 업무 스타일 중 어떤 점이 도움이 되었고, 내가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너와 팀 전체에 도움이 될 것 같니?'였다.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매니저였지만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아니 어찌 내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대놓고 하나'였다. 어린 시절부터 토론으로 단련된 독일인들은 피드백을 잘 주고받고 웬만해서는 회의시간에 한 마디라도 더하고 나온다. 비단 독일뿐 아니라 서유럽권 그리고 영미권 출신들도 토론과 의견 개진에 활발한 편인 것 같다.



<출처: macart.org>



건강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법


'아'다르고 '어' 다르다
Der Ton macht die Musik
It's not what you say, but how you say it



영미권에서도 독일에서도 똑같이 쓰이는 표현이다. 아무리 열린 사회라고 해도 대안 없는 비난을 받거나 인신공격성 말을 한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내 나름의 피드백 공유에 대한 원칙을 세워보았다.



- 감정을 배제하고 피드백을 줄 것. 화내고 꾸짖으려고 회사에 오는 것이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이다)

- 긍정적인 면과 보완시키면 좋을 것 같은 점을 함께 말할 것.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맹목적인 비난은 도움되지 않음

- 보완할 점이 있다면 대안이나 앞으로 덧붙이면 좋을 것 같은 '대책'을 함께 제시할 것

- 상대방이 내 업무 / 발표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으면 내가 먼저 나서서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 말 것


물론 상황마다 다르고 받아들이는 사람마도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독일에서 일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내 의견을 피력하려고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일을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의견이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고, 다양한 배경만큼이나 천차만별인 피드백을 들을 때면 그 의견 자체만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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