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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Dec 13. 2022

안 슬픈데?

너만 그렇다면

 솔이를 재울 때, 솔이 침대에 둘이 꼭 껴안고 누워 수다를 떨 때가 종종 있다. (보통은 얼른 자라고 말도 안 할 때가 많지만) 오늘은 솔이 어렸을 때 얘기, 그리고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 부르기 등등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마치 따뜻하고 자상한 엄마인 듯 글을 쓰지만 내가 이렇게 아이에게 평소보다 잘해줄 땐, 사실 마음속에 찔리는 게 있는 거다. 뭔가 속상하지만 애써 지우려고 할 때.


 며칠간 솔이를 보며 느낀다. 언어도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곤 하나 아직 또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고, 어떻게 어떻게 유치원 생활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학교에 가선 어떤 피드백을 받을지 알 수가 없고. 정말이지 눈앞이 깜깜하고 두려울 때가 있다. 이렇게 횡설수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아이의 말을 1학년 선생님은 기다려주고 들어줄까? 그런 생각이 들면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너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놓고, 어쩌자고 내가 먼저 겁을 먹는 걸까.'


 마음에 바람이 부는 때가 많아졌다. 나는 솔이만의 시간표대로 아이가 잘 커갈 거라고 믿으면서도, 학교 입학을 앞두곤 다른 사람의 기준을 강요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러곤 혼자 실망하고 좌절하다, 이런 마음을 남편에게 털어놓고 그리고 위로받고 무릎을 털고 일어선다. 그러면 내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평소보다 밝은 톤으로, 다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센터 가는 버스 안에서 (10분 정도의 짧은 거리) 솔이가 하품을 했다.


 "솔이 졸려?"

 "안 졸린데? 하품했는데?"

 "하품은 졸릴 때 하는 거거든."


 이렇게 귀여운 티키타카라니. 그렇지만 그 순간 내 마음엔 또 바람이 분다. '지금 우리 대화, 보통의 일곱 살과 하는 것 같지 않았나? 아니면 일곱 살은 이런 말 안 하나' 하며 또 솔이의 말 하나를 재단한다. 그 사이에 결국 솔인 1분 만에 잠이 들었다.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졸린 너를 데리고 꾸역꾸역 센터에 가고, 착한 너는 어떤 불평불만도 없이 나를 따라주는구나.'


 잠들기 전에, 여러 마음이 요동쳐서, 솔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솔아, 혹시 내년에 학교를 가거나 아니면 유치원에서 속상한 일이 생기면 엄마한테 꼭 말해줘야 해. 오늘 혹시 뭐 속상한 일이 있었어?"


 솔이가 내 눈을 한참 바라보고 뜸을 들인다. 뭔가 생각하는 눈치다. 나는 괜히 마음을 졸인다. 그러고 나서 솔이가 하는 말.


 "안 슬픈데?"


 이 말을 듣고 나는 깔깔 웃었다.

 '그래 다행이다. 속상한 일이 무언지 한참 생각할 만큼 오늘은 괜찮은 하루를 보냈구나.

안 슬픈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을 보냈구나.'


 그러곤 솔이를 꼭 안아주고 재웠다. 나는 내 아들처럼 마음이 곱고 예쁜 아이는 아직 보지 못했다. 내가 남편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먹은 마음이 없어 보여서인데, 우리 솔이가 아빠를 닮아서 마음이 참 예쁘다. 다른 사람을 쉽게 재단하지 않는 고운 결의 마음. 우리 솔인 그걸 가지고 있다.


 안 슬픈 너의 하루하루가 모여 일 년이 되고 너의 시절이 되길. 부족한 엄마는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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