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가 느리다는 진단을 받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일상을 이어나가려 노력했지만 시시 때때 무너지고 한심한 생각을 했다. 일전에도 몇 번 썼지만, 어두운 터널을 비를 쫄딱 맞고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분명 남편도 있고, 동생, 부모님도 있었지만 그 길이 나는 너무 외롭고 시렸다. 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싶어서, 이 이야기를 어디 가서 해야 할지 몰라서.
느린 친구들 엄마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에 들어가서 올라오는 모든 글을 매일 읽었다. 왜 읽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강박처럼 읽어 내려갔다. 그저, 어떤 정보 하나라도 놓치면 솔이가 더 뒤처질 것 같고, 그 글들이라도 읽고 있어야 내가 살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그 카페에서 만든 지역 엄마들 단톡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만들어진 단톡방이었는데 내가 맨 마지막에 합류해서 총 10명의 엄마들이 모여있는 단톡방.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저마다 자기소개를 하고 아이 소개를 하는데 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던. 그때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 단톡방이 내 일상에서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할 줄은.
몇 개월 뒤, 단톡방 첫 모임을 마치고 집에 와서 남편에게,
"너무너무 좋은 모임 같아.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어. 모두 좋은 사람일 거라고 확신해. 올해 나간 모임 중에서 가장 좋은 자리였어. 정말 좋았어."라고 몇 번을 강조해 말했다.
그렇게 우리 모임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매일 카톡방에서 무얼 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고, 어느 센터 어떤 선생님이 좋은지 정보를 교환하고, 오늘 마음이 힘들었던 점을 털어놓으며 위로하고 공감받고 울기도 한다.
나는 이미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들, 사회생활을 같이 한 언니 동생들, 아이를 낳고 처음 사귄 친구, 동네를 오가며 수다 떠는 아이 친구 엄마들 등등.
그리고 내겐 이 특별한 인연들도 있다. 솔이 행동이나 피드백에 속상한 날이면, 단톡방에 구구절절 털어놓는다. 누구도 내 탓을 하지 않는다. 누구도 정답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비슷한 경험을 나눠준다. 그리고 그 끝엔 우리 아이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결국엔 잘 클 거라는 격려가 이어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를 더 알아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지금 있는 인연에 만족하며 그리고 감사하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다. 우리 모임이 오래 계속 됐으면 좋겠고, 우리 믿음대로 우리 아이들이 자라주면 좋겠다. 꼭 그럴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