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나와 공부하는 솔. 누군가에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내게 사실은, 큰 기쁨이다.
솔이에게 맞는 문제집을 찾아보고, 주문하고, 집에서 함께 풀고. 그리고 솔이가 문제집을 풀고 나면 내가 채점을 하고. (일부러 빨간 색연필을 아주 많이 사다 놨다. 솔이는 내가 채점해 주는 걸 아주 좋아한다.)그리고 다음 날 공부할 계획을 세우고. 다 푼 문제집이 한 권씩 쌓여가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브릴리언트 하거나 잘하는 아이는 아니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그 시간들을 묵묵히 버텨내주는 아이니까. 솔이의 성실함과 마주하는 매일 저녁이 나에겐 그저 나에겐 기쁨이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나는 자주 애를 잡는다. 아주 작은 거다. 공부할 때 자세(턱을 대고 엎드린 자세라든가, 왼 팔이 식탁 밑에 내려가 있던가, 문제를 풀면서 그 짧은 사이에 다른 문제를 스캔하는 눈동자를 본다던가)에 금세 심기가 불편해지고, 몇 번 잔소리를 하다가 아이가 듣지 않으면 빵, 하고 예고 없이 화가 터진다. (정말이지 터진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그러고는 감정이 상해 다 그만하라고 아이에게 겁을 주거나 옆에 앉아 있던 남편에게 불똥이 튀곤 한다. 그러고는 거기서 끝나면 될 것을 손은 또 휴대폰을 들고 느린 친구들 카페에 가서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보고 미리 절망한다.
오늘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고, 한참을 한숨을 쉬다가 솔이한테 가서 물었다.
"솔아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그런데 엄마가 왜 화낸 것 같아?"
"솔이가 수학을 못해서."
"아냐. 솔이는 수학을 못하지 않아. 아주 잘해. 엄마가 화난 건 솔이가 집중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었어."
"내일부터는 잘할게."
(나는 정말 쓰레기)
"그래, 고마워. 엄마는 솔이랑 공부하는 시간이 참 좋아. 화내서 미안해."
이런 대화로 마음을 달래고 솔이는 잠이 들었다. 나도 내가 왜 아이와 감정싸움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감정싸움에 끝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