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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Apr 20. 2023

네가 안쓰러워 눈물이 나

3월 1주 차

 입학식을 마치고 각 교실로 이동했다. 학부모들은 교실을 둘러싸고 복도 창문에 매달려 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도 찰칵찰칵 찍으면서.


 나는 아이가 좀 더 바른 자세로 앉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노심초사 아이만 바라봤다. 아이는 긴장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모르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 자리에 잘 앉아서 있다. 선생님께서 부르면 대답을 하고, 교탁 앞으로 나가 선생님께 입학선물을 받기도 한다. 기특한 마음보다는 '조금 더 야무지게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여러 번 주의를 줬다.

 

 "책상에는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해"

 "선생님이 말씀하실 땐 선생님을 바라봐야 해"

 "수업 시간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돼"


 나름대로 정신교육(?)을 바짝 시키고, 다음 날 등교일. 다음 날까지는 부모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 교실 복도까지 아이를 데려다주는 게 가능한 날이었다. 그래서 교실까지 걸어가는 내내 잔소리를 하며(잘 봐, 여기 계단으로 올라가야 해, 여기서 뛰지 말고 교실을 찾아야 해 등등) 아이를 교실에 데려다줬다.


 자기 자리를 찾아 앉은 아이를 보고 손을 흔들며 나와야 하는데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한참을 보고 있다가 겨우 아이를 등지고 나왔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오고 현관을 나오면서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을 아이에게 칭찬은커녕 듣기 싫은 잔소리와 지켜야 할 규칙만 나열하는 엄마라니. 그래도 아이는 저렇게 의젓하게 교실에 앉아서 엄마를 보고 웃어주고 있는데 정작 나는 그런 아이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니. 고맙고 미안한 마음, 그리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터졌다.


 나 역시도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3월은 항상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새 학기, 새 교실, 새 친구, 새 선생님. 익숙한 것을 떠나 온통 낯선 것으로 가득한 시간.  나에게 3월은 너무나 힘든 달이었다. 그저 묵묵히 버텨야만 했다.


 그랬던 그 시간들 속으로 나의 아이가 걸어가 낯선 교실, 낯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 아이도 3월을 통과하고 있다. 그래도 어색하고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자기 자리에 앉는 아이를 보니 엄마의 3월보다 잘 견뎌낼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엄마보다 훨씬 씩씩하게, 버티는 게 아니라 적응해 가면서, 그렇게 현명하게 이 시간들을 걸어갈 것이라 믿는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걷고 있다는 지금이 중요해. 할 수 있어, 나의 아들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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