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드디어 집 앞 초등학교로 아이가 입학을 했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없었던 건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안이 나를 지배해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이 불안했느냐, 우선. 부정적인 피드백이 두려웠다. 자주 가는 느린 친구들 카페에는 입학 며칠 만에 담임 선생님 전화를 받았다는 글이 속출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불안해졌다. 갑자기 선생님께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지?
그럴수록 나는 아이를 다그쳤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없었어?"
"선생님께 혼나진 않았어?"
"친구랑 뭐 하고 놀았어?"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아이는 "없었어", "아니", "몰라" 등 짧은 대답으로 나를 애태웠다.
남편은 옆에서 나를 다독였다.
"여보, 우리 아이가 처음부터 잘하는 아이는 아니잖아? 선생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면 그냥 그게 우리 아이 지금 모습인 거야. 인정하면 돼. 근데 우리 아이 지금껏 무엇이든 늘 해내는 아이었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천천히 자기 속도대로 잘할 거야."
나보다 훨씬 생각이 깊은 남편, 근데 어제까지는 이런 조언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남편의 위로 뒤에 나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열을 올려 말했다.
"나는 우리 아이가 잘했으면 좋겠어.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안 들었으면 좋겠어.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그러다 어제,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엇이 계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이런 걱정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거라는 안도, 그리고 연대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엄마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우리 아이는 처음부터 잘하는 아이는 아니다. 기관 생활이 익숙지 않아서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그런 피드백을 주신다면 집에서 잘 지도하겠다고 말씀드리면 될 일이다. 물론, 속은 상할 테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걸려도 해내는 아이,
그리고 다정하고 따뜻한 아이,
집중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귀여운 아이,
그 아이가 내 아이 아니던가. 나와 아이가 자라는 시간인 지금.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고 인정해야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