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카페에 혼자 앉아 있다. 비 오는 날씨에 마음이 다운되어 누워만 있다가 야심 차게 몸을 일으켜 나온 곳이다. 동네에 드립커피 바(bar)가 생겼다고 해서 책 한 권 들고 나선 조금 아까, 지금은 친절한 사장님이 내려주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
커피잔과 내 가방이 깔맞춤을 한 듯 어울려서 찰칵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로 살기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아이만 쫓아다니는 게 오히려 속이 편할 정도다. 그 안에서 나를 찾고자 하면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게 되고, 나 자신과 아이 엄마 사이의 괴리감이 커지면 결국 내가 지치고 말 테니까. 지금은 정신없이 아이가 이끄는 대로 학부모 행세를 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가끔은 뜻하지 않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마주하게 되면 마음이 몽글몽글 차오른다.
'맞아, 나 이런 시간들을 꽤 좋아하던 사람이었지.'
과거형임이 슬프지만,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이런 시간을 만날 때마다 기쁘고 벅차오른다.
그리고는 남편 생각이 난다. 나는 이렇게 좋은 시간을 누비며 혼자를 만끽하고 있는데 당신은 그런 시간이 있을까. 평일에는 회사 다니고 퇴근 후에는 자기 몫의 집안일 및 육아하기 바쁘고, 주말이면 나 대신 아이 뒤를 쫓기에 바쁜 남편이,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