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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할머니 Jun 11. 2024

 타라고나

2024. 05. 29. 수요일

유럽  대부분의 집에는  창문에 셔터가 있다. 햇빛을 차단하기 위함과 방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수동으로 끈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자동 스위치가 있기도 하다.

이 집에는 거실과 침실의 큰 창문에 2개씩 4개의 셔터가 있고, 리모컨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어서 리모컨도 4개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셔터를 여는데 침실 것은 올라가는데 거실 것은 하나는 아예 안 올라가고 하나는 반만 올라가고 멈춘다.

몇 번 해보다 포기하고 아침준비하려고 냉장고를 여는데 냉장고가 꺼져있다. 우여곡절 끝에 두꺼비집을 찾아 스위치를 올리니 불이 들어온다. 그런데 남편이 셔터를 올리려고 리모컨을 누르니 '딱' 소리가 나며 또 전기가 떨어진다.

호스트에게 연락을 하니 전동모터가 타버린 것 같다며 우리 보고 제대로 사용했느냐고 묻는다. 리모컨이라고 위아래 스위치 2개뿐인데 잘못 사용할 게 뭐 있다고!!

설치한 지 3개월밖에 안 되었다고 당황스럽다고 한다. 당황하긴 우리도 마찬가지다. 오늘 고치러 가도 되냐고 해서 우리 지금 나가니까 내일 체크아웃 후에 고치라고 하고 타라고나에 가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문을 닫고 잠그려고 열쇠를 꽂았는데 열쇠가 돌아가지도 빠지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열쇠를 꽂고 뺄 때 조금 문제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꼼짝 않기는 처음이다.

둘이 번갈아가며 해보다가 호스트에게 연락을 했다. 결국 호스트가 40분 후에 오겠다고 한다. 문 앞 계단에  앉아 40분을 기다렸다. 문 앞이라  wifi 는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호스트가 와서 조금 씨름하니 그래도 주인을 알아보는지 열쇠가 빠졌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열쇠로 열어 주었는데, 우리 열쇠가 어쩌다 물려버린 것 같다며 요령을 가르쳐주고 갔다.

어쩐지 체크인 과정이 너무 쉽더라니!

말썽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타라고나에 도착해 성벽 바로 밖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드 타운으로 들어갔는데 마치 시칠리아에 온 느낌이다.

왜 그런지 골목골목 이탈리아감성이 느껴진다. 로마시대 유적이라서 그런 걸까?

시내 곳곳에 허물어진 유적들이 방치되어 있고, 원형경기장도 많이 무너져 있다.


오래된 아치문을 그대로 살려 벽을 만들었다.



지중해의 발코니라 불리는 바닷가공원에 가니 제법 관광객이 많다.  그 외에는 예상보다 한적하다. 중세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올드타운에 사람도 별로 없으니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하고 무대장치같기도 하다.


오른쪽 건물 벽면의 그림이 재미있다. 이 글 표지화면에 보여지는 사진이다.



타라고나에는 남아 있는 길이도 길고 직접 올라가 볼 수도 있는 로마시대 수도교가 있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아 악마의 다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어디에 주차해야 하나 찾다 보니 주차장 후기에 한국사람이 얼마 전에 자동차유리가 깨지고 차를 털렸다는 후기가 있어서 좀 걱정이 되었다. 유리창 깨진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다.

일단 주차장에 도착해 분위기를 보기로 했다. 주차장엔 승용차 몇 대, 오토바이 두 대가 서 있고 캠핑카가 한 대 있는데 운전석에 사람이 있다. 우리 갔다 올 때까지 캠핑카가 있으면 좋겠다 하면서 발길을 서둘렀다. 오래 걸어야 할 줄 알았는데 숲 속에서 갑자기 눈앞에 수도교가 나타났다. 세고비아 것보다 덜 정교하다. 약간 거친 느낌이랄까, 그래서 오히려 실감이 난다. 세고비아 수도교는 너무 정교하고 완벽한 데다 도시 한가운데 있으니 현실감이 없었다.

타라고나의 수도교는 적당히 오래된 느낌도 난다. 맞다. 세고비아수도교가 현실감이 없던 이유가 갑자기 깨달아진다. 너무 새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로마시대 꺼라는데 앞에 있는 메리고라운드와 더불어  놀이공원 장식물 같은 느낌이 났었다.


적당히 낡은 타라고나 수도교를 보니 비로소 '그래 이거야' 하는 느낌이랄까.

수도교 한쪽은 고속도로 쪽으로 이어져 그쪽엔 전망대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간 쪽에서 그쪽으로 계단도 이어져 있다. 반대편으로는 약간 비탈길을 올라가니 수도교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생각보다 물길이 깊다. 들어가 보니 허리정도까지 벽이 있어서 하나도 위험하진 않다. 언덕 위 능선을 따라 바위를 파서 물을 끌어온 흔적이 보인다.

물을 끌어오다 깊은 계곡을 만나니 다리를 놓아 반대편으로 물길을 만들어 흘러가게 했나 보다. 다시 재현을 해서 물이 흐르게 만들어 놓으면 멋있을 것 같다.

윗부분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실제로 보니 좀 싱겁다.



여행을 많이 다녔어도 수도교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보았는데, 연이어서 두 개나 보았다.


저녁 먹고 집 앞 바닷가에 노을을 보러 산책 나갔는데 추워서 금방 들어와야 했다.


*****타라고나 주차장위치


*****수도교 주차장위치

조금 아래 별표표시는 전망대쪽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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