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도 안 먹고 일요시장이 열리는 릴르 쉬르 라 소르그로 출발했다. 차로 45분이 걸리는 거리이다.
여기 일요일마다 대규모의 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골동품시장이 유명하다고 한다.
어느 블로그에서 보니 조금 늦으면 주차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 아침식사는 도착해서 해결하기로 했다. 주차장도 꽤 넓은데 이른 아침부터 참 사람들이 많이도 왔다. 그래도 아직은 주차할 자리가 넉넉하게 남아 있다. 주차정산기 앞에 줄이 길어서 꽤 기다려야 했는데, 사람들이 주차기계에 익숙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기계 자체의 처리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차 번호를 넣고 주차 시간을 미리 예상해서 눌러 주고 기계에 나온 금액대로 정산하면 되는데, 각 절차마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줄이 길어지니 새치기하는 사람까지 있다. 주차요금 정산티켓에 찍힌 시각이 9시 39분이니 꽤 서둘러 나왔다.
바람도 조금 불고 추워서 긴 팔옷을 꺼내 입었다.
사람들 가는 방향으로 따라 걸으니 금방 시장이 나왔다. 도로를 따라서 가게들이 끝이 안 보이게 들어서 있다. 왕골가방, 옷, 옷감, 빵, 과일, 채소, 치즈, 올리브유, 통닭구이와 빠에야등 먹거리들, 간식거리들, 심지어 꽃집도 있다. 한쪽으로는 골동품도 보인다.
빵을 사서 아침으로 먹으며 신나서 구경했다.
도로와 운하를 따라 양쪽으로 가게들이 늘어섰고, 마을 안쪽으로는 골목과 광장에 식품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 바로 옆에 성당이 열려있길래 들어갔더니 미사가 열릴 예정인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데, 구경꾼이 방해가 될까 싶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둘러보려는데, 한 할아버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계속 쳐다보기에 얼른 나와버렸다.
믿음직한 인상의 할머니에게서 친구가 치즈와 검은 올리브오일을 구입했다. 체리, 납작 복숭아등 과일도 샀는데, 크고 과즙이 풍부하고 맛있었다.
치즈가게에서는 여러 종류를 시식도 할 수 있고, 여행자가 사 갈 수 있게 진공포장도 해준다. 진공포장을 하면 4개월까지 보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많아져 너무 정신이 없이 떠밀려 갈 정도라 2시간 정도 머물고 나오는데, 11시 반쯤 되니 그때도 차는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주차할 자리는 없어서 혼란이 시작되고 있다. 시장은 오후가 되면 닫는다고 한다.
우리가 서둘러 나온 이유는 3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아비뇽에 가기 위해서다.
아비뇽에는 시 외곽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무료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평일은 5분마다 다닌다는데 일요일은 그 간격이 뜸하다.
Les Halles 라는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관광지가 가까운데, 우리는 한 정거장을 더 갔더니 좀 걸어야 했다. 순환버스라 돌아갈 때도 내린 곳에서 타야 한다.
Les Halles 정류장 바로 앞에 레알 마켓이라는 실내시장이 있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현지사람들이 꽤 있다. 그 안에 Bar 같은 작은 식당이 몇 개 있는데 식사보다는 와인에 안주 먹는 정도이고, 테이블이 몇 개 없어서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관광객답게 시청 앞 거리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일요일에 아비뇽에 온 이유는 릴르 쉬르 라 소르그의 일요시장과 가까워서이기도 하지만 교황청 공식 사이트에 일요일은 무료입장이라고 나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표를 팔고 있길래 따져 물으니, 아비뇽 시민만 무료라고 한다. 어디에도 아비뇽시민에 한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 이건 사기다.
할 수 없이 교황청+정원+ 다리 세 가지를 보는 표를 13유로에 샀다. 교황청만 보는 게 12유로이니 누구나 세가지 보는 13유로짜리 표를 사기 마련이다. 이것도 쫌 사기당하는 느낌이다.
교황청이라기보다는 호화로운 궁전의 느낌이다. 어떤 방엔 돌바닥 아래에 보물을 숨겨놓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교황청 내부에 뜬금없이 여기저기 현대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루프탑에서는 론강과 노래로 유명한 아비뇽다리, 대성당이 다 보이고, 교황청 앞 광장이 내려다 보여서 좋았다.
성당에서 공원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론강 view 가 나오고, 그 끝에서 왼쪽으로 아비뇽다리 쪽으로 성벽길을 따라갈 수 있다.
성벽길이 다리로 통하지는 않고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하지만 성벽 위를 걷는 경험이 즐거웠다. 아비뇽다리 위엔 바람이 엄청나게 세게 불어서 정신이 없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