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가 쓰는 사랑 이야기 2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
그 시절, 소녀들을 자극하고 눈물짓게 만들었던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 인터넷 소설이 필독도서였던 나는, 한 번쯤 주인공들처럼 '너 없으면 죽겠다', '못살겠다' 하는 구구절절한 연애를 하고 싶었다.
내 모든 걸 버리고서라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상대방이 없으면 못살겠다 하는 그런 사랑 말이다.
미성숙한 연애의 시작
20대 초반,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가르쳐준 오빠와 신나게 연애를 했고, 마음 놓고 푹 사랑을 했다. 그는 사랑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로 데려다 놓으며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었고, 그는 곧 내게 우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런 사람이 내게 이별을 말했을 때,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자존심이고 뭐고 이별을 막기 위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너 없이는 안된다고. 헤어지지 말자고.
뭐, 이제 와서야 생각해 보면 사랑에 서투르고 인간관계에 서투른 20대 초반의 귀여운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왜 그렇게 매달렸는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면 그는 내게 부모 같은 존재였고, 그런 그를 내 모든 걸 바쳐 사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모든 걸 바쳐서 하는 사랑이 과연 나쁠까?"
솔직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언젠간 찾고 싶다.
단, 나 자신을 죽이고 상대방 <만>을 사랑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누구에게나 100% 잘 맞춰드립니다^^
연애에서도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나의 친절한(?) 성향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이후 연애사에도 문제가 되었다. 스스로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상대방에게 백 프로 맞춰주는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그동안의 연인들은 이런 나를 늘 배려해 주었지만... 역시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난 마지막 연애로 마음의 큰 상처를 입고, 내 연애 패턴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는 재빠르게 상담실로 달려갔다. 덕분에 아주 값비싼 인생공부를 치렀다.
나란 인간 정신 차려!
너 없으면 죽겠다는 사랑은 사실 위험하다. 함께 어둠의 구렁텅이로 던져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우뚝 서야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나는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나란 사람을 잘 몰랐다.
나를 잘 모르니까,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고 그래서 나 대신 나 자신을 사랑해 줄 누군가를 찾았다.
내 마음속 공허함과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늘 상대방을 통해 채우고 싶어 했고, 그 모양이 꼭 맞는 사람을 찾아 가슴 절절한 사랑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난 이제 너 없이도 잘 살아! 하는 사랑이 하고 싶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거야'가 아닌, 아기자기하고 정성스럽게 잘 가꿔놓은 나의 정원에 그를 초대하고 싶다. 너 없이도 잘 살 거지만, 이왕이면 함께 잘 살아보고 싶다.
그나저나, 여러분의 흑역사는 무엇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