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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인 Oct 20. 2024

80년대 생은 안 만난다는 그에게.

노처녀가 쓰는 사랑이야기. 

"나 소개팅 들어왔는데, 해볼까 봐"

"몇 살인데?"

"40살. 나랑 4살 차이밖에 안나."

"야! 너무 나이가 많아!!" 40대잖아!"


나보다 1-2살 많은, 엄마 친구 아들인 그놈들은 나에겐 혈육 같은 사람들이나 가끔은 내가 여자인 것을 잊는지 할 말 못할 말 심지어 예의까지 안 차리며 말해 상처받을 때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자주 본 까닭인지 곧잘 모여 놀곤 했는데 40살과 소개팅을 한다고 하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럼 뭐 어때. 나는 열어놓고 다 만나볼 거야."

"그래. 뭐 지금 재인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지"

"야 그래도 나는 40대는 좀. 그래. 쟤 40대 만날 땐 아직 아닌 거 같은데."



"그럼 오빠도 소개팅할래? "

"누구랑? 뭐 하는 사람인데"

"내 친구"

"에이. 난 80년대 생은 안 만나지."

"그치 나이가 너무 많아"


문득 상대방도 내 나이를 듣고 아쉬워했을까? 생각했다. 

언니들이 1살이라도 더 잘 팔릴 때 얼른가라고 했는데.. 마음이 금새 또 조급해진다.



과거 나는 "잘 팔리는" 나이에 결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결혼 정보회사에 가입도 하고, 일주일에 1-2회 정도 무분별한 소개팅을 하기도 하며, 그냥 내 또래라고 하면 다시 보는 행위를 하는 등 온통 결혼에 몰입해 있었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모른 체, 나란 사람을 제대로 정의하지도 않은 채 주변 사람들 시선을 많이 신경 썼고, 그 시선에 따라 남자 보는 눈도 달라졌다.

내가 하는 일과 입는 옷, 그냥 다수의 의견에 따라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삶은 싫다. 

80년대 생은 안 만난다는 그에게 말한다. 



"나는 나란 사람을 정의하기 위해 그동안 개고생했어.

난 이제 내 기준을 세우고 날 위해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어.

기준이 있는 여자는 쉽지 않다고 이야기해도 좋아. 어쩔 수 없지.

남들한테 끌려다니며 사는 삶보다는 100배 나아. 매일같이 나를 점수 매기고 '쟤보다 뒤처졌네, 쟤보다는 낫네' 하면서 사는 삶은 더 이상 살기 싫어.



나는 나라는 사람을 듬뿍 사랑해주고 싶어.

내가 80년대 생이든 90년대 생이든, 거지든 부자든, 나라는 인간 자체를 소중히 하고 싶단 말이야.

그리고 어떤 기준에 의해 내 존재의 가치가 깎인다면, 그런 사람하고는 나도 안 만나.


그리고 이제 너네랑도 거리를 둘 거야. 너네가 말하는 모든 것들이 내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아.

상처만 받는 이런 모임은 더 이상 나가고 싶지 않아.


너네랑 만나고 노는 대신 나는 매일 운동을 하고 맛있는 밥을 차리고 글을 쓰고 일하며 즐겁게 살 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고 사랑하는 취미를 만들 거야.


오롯이 나로 존재하고 나로 채워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


충만하고 사랑 가득한 사람이 될 거야.

그리고 이 사랑이 넘쳐서 누군가에게 흘러가기를, 기도할 거야.

아등바등거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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