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는 엄마 어떻게 할 때 제일 좋아?
"사랑 노래 불러줄 때"
그럼 어떻게 할 때 제일 미워?
"아무것도 밉지 않아"
자기 전 스몰 토크 타임, 저 질문 후 나는 속으로 몇 가지 대답을 예상했다.
불과 10분 전에도 한바탕 샤우팅을 했으니 아마 그 일을 이야기하거나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빈틈을 꼬집어 이야기할 것이라고.
그런데 아이는 아무것도 밉지 않단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 아이들을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을까라던가 정말 낳길 잘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의도적으로 그런 생각을 기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육아 일상 속 어려움들이 어쩌면 엄마라면 자연스레 들 수 있는 생각들을 막아서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은 썰물이 가면 밀물이 오듯, 파도가 치면 모래가 들썩이듯 한치의 거스름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작은 몸집으로 대체 어디에 이런 대서양 같은 사랑을 담고 부족한 엄마에게 마구 퍼주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한테서 미운 구석을 하나도 찾지 않는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
나의 귀인 나의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