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수업에 가기 전 들른 빵집.
매장 안으로 목발을 짚은 남자가 들어왔다. 스무살이나 됐을까 싶은 그 남자는 한쪽 다리가 없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내 앞에서 호기심의 눈망울을 굴리는 아이를 잔뜩 경계하기 시작했다.
머리속에선 그 남자를 향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해선 안될 질문과 말들이 고요한 매장에 울려퍼지는 심란한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말할 틈을 주지 말자는 작전으로 빵이며 우유며 쉴새없이 입에 넣어주는데 계산을 마친 남자가 우리 옆테이블에 와서 앉았다.
아이의 시선이 그가 옆에 기대어 놓은 목발에 한참 머무르고 나는 혹여나 머릿속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어떻게 정중히 사과할것인가 고민하고 있던 중 기어코 아이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 멋지다 엄마"
한치의 위선도 가식도 없는 다섯살배기의 진심 어린 감탄에 허둥지둥 방금의 시나리오에 대한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숨기고 있자니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듯 했다.
배움을 주는 쪽이 어른이라면 사람의 무엇을 보는가 하는 이 문제 앞에선 아이가 내게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