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해피 Jul 08. 2024

스며들다 2

스며들다 2


스며든다는 것은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나아간 사랑을 뜻한다. 좋아하다 사랑해서 점차 어느 대상의 일부가 되어 가는 것, 그러다 대상과 나의 경계가 더 이상 무의미해질 때 우리는 ‘스며들었다’라고 말한다.


스며든다는 것은 사랑의 열정이나 불꽃같은 것이 아니다. 스며들기 위해선 대상과 나 사이에 나른한 시간들이 필요하다. 나른한 시∙공간 안에서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조금씩 조금씩 대상에게 젖어드는 것이다. 


스며든다는 것은 너로 인해 명징한 내가 흐려지고 부드러운 너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너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다. 너의 유혹에 빠져 버리는 것이다. 나를 망각해도 될 만큼 너는 매혹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너에게는 나를 품어줄 수 있는 넓고 따뜻한 품이 있기 때문이다.


스며든다는 것은 욕망된 나를 버리고 성인의 품성을 닮은 너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찬란한 너로 나를 채우는 것이다. 순수한 너에게로 향하는 것이다. 진실된 너를 믿는 것이며 정의로운 너의 용기를 배우는 것이다. 


이런 너에게 하루하루 스며드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이런 내가 되어 네가 나에게 스며들 수 있다면, 우리의 삶에 어떤 고통이 끼어들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이 존엄한 세계에 어떤 불행이 찾아들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스며들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