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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글 Aug 29. 2019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 은유 작가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

며칠 전 동네 유일한 큰 서점인 '더숲'에서 은유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었다. 나는 요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수집 중이었기에, 분명 값진 생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 참여 신청을 했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인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동준이다. 동준이는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했는데, 마이스터고 입시설명회를 들은 후 꿈을 이룰 수 있을것 같다며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졸업 후에 취업할 수 있었던 곳은 소시지를 만드는 대기업의 공장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20살의 동준이는 술과 담배를 강요당하고 나이가 많던 동기에게서 잦은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가해자로부터 주변에 알리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괴로움에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마지막 도움의 손길을 청했지만...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기숙사에서 투신했다. 작가님은 동준이는 죽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하셨다.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출처 : 알라딘)


*아래는 알라딘 책 소개 카드 뉴스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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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고치다가
자동차를 만들다가
뷔페 음식점에서 수프를 끓이다가
생수를 포장, 운반하다가
햄을 만들다가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다가
승강기를 수리하다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숱한 청(소)년 노동자의 죽음에
연루되지 않는 성인이 이 사회에 존재하기는 할까."
-최은영(소설가)-



책을 읽지 않고 갔음에도 작가님이 인터뷰 과정부터 책을 만들며 깨달은 것들을 차분하게 설명해주셔서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특성화고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는 것. 보통 사회에서 특성화고 학생이라고 하면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나 공부를 못하고 사고를 많이 친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준이처럼 성적이 좋은 학생들 중에서도 입시설명회를 듣고 마이스터고를 선택한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잘못된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홍보로 인해 아이들이 잘못된 진로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 날 중학교 교사 선생님들 일곱 분이 함께 오셔서 질문을 하셨다. 중3 아이들에게 사회의 불평등과 현실을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될 때가 많으시다고 했다. 작가님은 가슴이 아프지만 아이들에게 현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인문계고에 가서 대학 진학을 하면 할 수 있는 선택지와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을 때 선택지가 다름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특성화고에 가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졸업과 동시에 게임 프로그래머로 취업할 수 있어! 가 아니라 육가공 공장과 같은 식품제조업, 기계제조, 콜센터와 같은 곳에 취업하고 있어 라고.


나도 질문을 했다. 우리 사회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이며 10대~20대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나면 수정할 기회가 적은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작가님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실패를 사회가 용인하지 않고, 삶이 너무 팍팍해서 실패할 기회도 없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알면 좀 나아지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책을 만들면서 깨달은 2가지가 있다고 하셨다.


첫 번째, 힘들면 안 가도 돼, 안 해도 돼 

이것은 꼭 청년에게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라 하셨다.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고 힘들면 가지 않아도 되고 그만두어도 된다고 계속 스스로에게 말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동준이는 "회식 안 가면 안 돼요?"라고 계속 물었다고 했다. 회식이 힘든 아이에게 어른들은 술과 담배를 강요했다. 책에 나오는 아이들에게 싫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두 번째, 쉬쉬하기보다는 이야기 나누기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는 더 쉬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점차 사라져 간다. 책에 나온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지인들이 자식 얘기를 자유롭게 하길 원한다고 한다.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더 이상 쉬쉬하지 말고 이야기 나누고 공론화되어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폭력을 알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도 깊어질 것이다. 


나는 한국문학이나 사회문제와 관련된 책을 사실상 기피해왔다. 너무나 아픈 역사와 사실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책을 읽는 것에 감정소비가 너무 큰 까닭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내가 속한 사회의 이야기를 외면한다면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를 위해서 당장 무언가 행동할 수는 없어도, 우리 사회의 차별과 폭력에 마주하고 공감하고 지지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사회에 나오는 청년들의 비극으로부터.



*책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퍼왔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4498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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