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인터뷰, 그랬구나 With 플라스틱팜, 김정아 사장님
글 & 사진 @seodaemun.9 가게 @plasticfarm_er
스머프 마을은 파파 스머프, 주책이, 공상이, 스머페트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스머프들이 살아간다. 마을에는 파파 스머프의 연구실, 만능이의 작업실, 스머프 극장과 병원 등 다양한 공간이 등장하는데, 스머프들은 각 공간에서 서로의 삶을 가꾸어 나간다.
홍연길은 연희동에서도 스머프 마을처럼 귀여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네로 손꼽힌다. 홍연길은 갤러리가 많아 자연스레 사람들이 미술을 가까이하고, 산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홍제천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파파 스머프의 연구실, 만능이의 작업실처럼 동네의 중심을 이루는 가게도 존재한다. 오늘 소개할 ‘플라스틱팜’은 홍연길에서 ‘만능이 작업실’ 같다고나 할까.
만능이 스머프가 도구를 만든다면, 김정아 사장님은 빈티지 옷을 오려 새로운 옷으로 깁는다. 플라스틱팜에서 김정아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곧 가게를 옮길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였다.
제작하신 옷을 보면 하루 이틀 솜씨가 아니에요. 리메이크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프로덕트 디자인을 전공해서 가전제품을 주로 디자인했었어요. 그러나 자연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흥미를 느끼면서 패브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 후 패션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전에 샘플링 작업만 해서 공장에 맡겨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는데, 대량으로 만들다 보니 그 과정에서 재고로 남아있거나 커뮤니케이션의 실수로 불량이 난 제품들이 생기면서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창고에 쌓여있는 옷들은 어떻게든 팔려면 팔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홍보보다는 만드는 작업에 더 흥미가 있었기에 리메이크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사장님의 작업을 보면, 버려질 옷을 책임진다는 관점에서는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오려 붙여서 새로운 옷으로 탄생하는 창작과정이 놀이 같기도 해요. 사장님께서는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일하시나요?
저는 즐겁지 않으면 안 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매번 조금씩 다르게 만드는 게 저에게 큰 즐거움이에요. 만약 똑같은 제품이 수집되더라도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저희 옷을 구매하시는 분도 이 옷이 ‘세상에 하나 밖에 제품’이라는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옷을 제작하시다 보면 스타일을 지키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제 브랜드를 아는 사람들은 제 작업 방식을 아시기 때문에 안 쓰는 원단 있는데 가져다주겠다거나, 가끔 옷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주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잉여원단이나 옷을 고를 수 있는 입장인 게 좋아서 감사하지만 괜찮다고 말씀드려요. 왜냐하면 제가 만드는 옷들은 어떻게 보면 시리즈별로 색감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모두 받아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옷을 버리기 힘들기 때문에 거절하는 것도 있어요. 옷을 주려고 가져오셨는데 옷들이 제가 원하는 색감과 소재에서 벗어날 경우 거절하기도 죄송스럽고, 혹여나 다 받고 2차 분류를 하더라도 다시 버리게 되는 행위가 내키지 않기도 해요. 옷마다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되도록 제 손에 들어온 옷은 최대한 활용해 보려고 하는데, 언젠가 한 번은 꼭 버리게 되는 날이 있어요. 저 나름대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겨우 버리는 편이에요.
홍연길에서 6년의 시간을 보내셨는데, 이 동네에서의 생활은 되돌아본다면요?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등 좋은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에 동네 주민이던, 지나는 길에 들르신 분이던 제가 하려는 일을 잘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요. 보틀 팩토리가 전파한 문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곳에 자리 잡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는 아파트도 없어 조용하고 작업하기 좋은 환경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에 활기가 넘치고, 젊은 사장님들도 많이 생겼어요. 좋은 문화를 가진 동네 덕분에 이웃들과도 굉장히 좋은 관계를 맺었죠. 한편으로는 동네가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었어요. 많은 분이 오시는 만큼 쇼윈도를 채울 옷들을 빠르게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의 작업 특성상 대량으로 만들기가 어려워요. 거리에 사람도 많아져 때때로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밤에 작업하기도 했고요.
출퇴근 길에 매일 보던 홍제천이 그리울 것 같아요. 상대가 편안한 상태를 바라보는 일은 제가 평화를 찾는 방법이기도 해요. 그래서 ‘평화로운 홍제천’이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어서 홍제천의 오리나 하천 잔물결, 사람들의 평화로움을 바라보곤 했었거든요.
얼마 전부터 시작한 ‘힙하장’은 내성적인 저를 끌어내 준 고마운 프로젝트로 기억 남아요. 힙하장에 셀러들이 무언가 으쌰으쌰 해보려는 분위기여서 저 역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힙하장에 찾아주신 분들, 또 찾아주진 못해도 공유해 주시는 분들도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이 공간도 안에 있을 때만큼 바깥에서, 사선으로 바라봤을 때 예쁜 건물이거든요. 건너편에서 양쪽 문이 다 보이도록 사선에 서서 바라보는 걸 가장 좋아했어요. 건물 외벽의 타일도 예쁘고요. 제가 이 건물을 고른 이유이기도 했어요.
따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사를 전하시겠지만, 꼭 전하고 싶으신 인사가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홍연길은 너무 좋은 이웃분들이 많아서 사실 떠나는 게 너무 아쉬워요. 그만큼 좋은 이웃이 제가 있던 자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갖게 되더라고요.
홍연길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변하지 않고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자주 놀러 오겠습니다. 집 이사 시기가 오면 홍연길을 제일 먼저 알아볼 거예요.
홍연길의 동네분들이 놀러 가도 괜찮으시죠?
네.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들어오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사 간 곳은 이웃이 거의 없다시피 한 외진 곳이기에 홍연길에 있었던 이웃들이 쭉 저의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간 정리가 된다면 인스타를 통해 초대하겠습니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24 (이었습니다.)
위치ㅣ보틀팩토리 옆 건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