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언니프로젝트로 일하는 방법 EP1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공식 사업명칭은 ‘청년여성의 농업농촌 탐색 교육사업’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구체적으로 ‘청년 여성’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지원의 필요에 따라 시작된 사업이었다. 청년여성의 젠더감수성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지역의 문화지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왕왕 들어왔으나,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을지는 막연했기 때문이다. 여러 논문과 문헌(!)등을 참고로 지역살이에 대한 여성들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커뮤니티의 핵심에 ‘시골언니’라는 핵심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교육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코드가 잘 맞는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종의 매칭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셈이다.
살면서 ‘나 지금 이대로 괜찮아’라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때 가볍게 도시를 떠나 만날 수 있는 시골언니.
이 프로젝트의 판을 깔았던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가 꾸준히 밀고 있는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 이 사업을 준비하고 꾸려가는 시골언니 프로젝트팀의 ‘마음’이 무척이나 적절하게 담겨있는 말이다.
제주를 찾은 방문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고, 인생이야기를 나누던 이효리처럼, 논밭뷰에 마음을 뺏겨서 용감하게 폐가를 장만하고, 시골살이 이야기를 전하는 오느른처럼, 월급과 소비로 점철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 그 생각을 삶으로 밀고 나가는 시골언니와의 만남이 인생에 얼마나 든든한 응원이 되는지는 만나보면 알게 될 테니까. 척 하면 딱 떠오르는 시골언니들을 많이 봐왔던 탓에, 일단 멍석을 깔아보자는 마음으로 총괄운영기관의 사업에 착수했다.
지원의 규모는 제한되어 있었고, 과정의 공정함을 통해 최선의 결정에 내린다는게 말은 쉬워도, 늘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지역에 좋은 시골언니가 있어도, 과정상 서류에 그 지역과 사람과 사업의 매력을 잘 담아내야 했고, 발표를 통해 그 진심어린 마음도 전달해야 했다.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항목의 심사기준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결국 관건은 청년여성들이 호응할 만한 프로그램을 잘 운영항 만한 단체라는 믿음를 주는 곳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청년여성의 시골살이에 대한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지, 그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내기 위한 전략이 충분히 현실적인지로 가늠해볼 따름이었다. 결국 동일한 고민에서 시작된 에너지를 함부로 재단하고 줄세우지 않기 위해서 고안한 장치가 ‘피어멘토링’이다.
경쟁자이면서 또 동료이기도 한 시골언니들이 발표의 형식을 빌어 서로를 알고,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랬고, 그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피어멘토링의 규칙은 단 한가지.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공감가는 부분을 언급 할 것.
화창한 날씨, 푸르름이 가득한 장소에서, 그렇게 열다섯팀의 시골언니가 만났고, 여덟명의 시골언니가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