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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업 Jan 19. 2024

실패에 무뎌지는 방법

더 잘 실패하기 위해서

종종 사람들의 오해를 산다

애초부터 타고난 재능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오해다

그들의 환상을 저버리는 것이 미안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노력형일 뿐이었다


뛰어나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었던 나는 

오기와 독기로 공부를 해왔다


유별난 학구열로 소문난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전교생이 함께 야간 자율 학습을 할 때에도 그랬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나 싶을 만큼


졸릴 때면 의자 위에서도 무릎을 꿇고 공부했다

까만 뿔테 안경의 양 옆으로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오로지 책만 보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했다

샤워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볼 때도

PMP로 인강을 봤다

몇 번을 돌려들었는지 이 대목에서 선생님이 하실 농담까지 외웠다


친구들은 멀어졌고

공부에 미친 나에게 남아 있던 고등학교 친구들은 없었다

홀로 외롭게 공부에만 미쳤다



그렇게 공부를 했어도 목표했던 대학을 가지 못했다

모의고사 대비 수능 성적이 터무니 없이 낮았고

여자대학 하나만 붙었다

남들은 왜 안가냐 했지만 

도무지 내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재수를 했고 지옥같은 1년을 더 보냈다

그렇게 원했던 대학을 갈 수 있었다


나는 원래 한번에 성공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몇 번의 도전 끝에 겨우 얻게 되는 게

나의 기회고 결과였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나운서 준비에서 낙방은 수도 없이 많았고

기자 준비 과정도 매한가지


혹자는 "그래도 결국 이루었잖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기간 동안 겪어야 했던 수많은 실패의 시간을 

누가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


문제는 여전히 나는 실패를 겪고 있고

실패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과거의 수많은 시간을 겪었던 실패였음에도

나는 여전히 실패에 무디지 않다


무수히 던지는 돌멩이들 중

어떤 돌멩이가 결국은 호수의 얼음을 깰까

언제가 되면 끝없는 실패의 끝에 이루게 될까


어제도,

오늘도, 

실패를 겪지만

그럼에도 내일을 기대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일 터


맷집은 여전히 약하지만

실패에 더 많이 아파보려고 한다

무뎌지지 않을 아픔을 부여잡고

끝끝내 오게 될 결실을 누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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