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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May 11. 2023

글쓰기로 월급이상 돈 벌기 VS 로또 1등 당첨되기

뭐가 더 쉬울까? 

요즘 회사가 힘들다. 그 덕에 나는 일이 없다. 


무슨 말인고 하니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팀은 돈을 벌기 보단 돈을 쓰는 팀인데, 회사가 힘들고 허리띠를 졸라매다보니 마케팅 예산부터 삭감되었고, 나는 일이 없어졌다. 


회사 다닌지가 벌써 14년차인데 철없이 처음엔 그게 좋았다. 회사가 좀 멀긴 하지만 출퇴근만 하고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인터넷 쇼핑을 하다보면 월급이 나온다. 내가 이렇게 회사에 앉아 블로그도 보고, 브런치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하는 것을 보면 대표님은 화가 나겠지만 어쩌겠는가. 일이 없는데. 아 그럼 자르던가! 라는 배짱 상상도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데자뷰가 느껴진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 투배사에서 일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나도 초반엔 개봉이 밀리면서 일이 줄어들고, 회사를 노는듯이 다니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 수록 단순히 예산이 줄고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내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3년 전에는 코로나가 지나가면, 이라는 전제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 진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고, 상무님 방문 너머는 던전처럼 어둡고 음산한 기운을 계속 풍기고 있다. 


요즘 날씨가 좋아 운동할 겸 걸어서 퇴근을 하는데 월화수 3일 간 한시간 반 정도를 걸어 퇴근했다. 상암에서 홍대를 지나 신촌과 아현까지 걸어가는 코스인데 그 길에 로또 판매소가 정말 많다. 1등 당첨 매장도 하나 건너 하나씩은 보인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그냥 지나쳤는데 수요일인 어제는 결국 1등 당첨이 2번 나왔다는 매장에서 로또를 샀다. 


이렇게 많은 매장에서 1등이 몇번씩이나 나왔는데
나도 어쩌면 한번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직업을 찾고
그걸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로또 1등 당첨확률이 더 높은 건 아닐까? 

생각이 도돌이표처럼 맴돈다. 


글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에 과연 내가 글쓰기로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꿀벌 폐사율이 매해 급격히 오르는 이 시점에 내가 양봉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외식비용이 너무 높아져 더이상 사람들이 외식을 하지 않는 이 시기에 자영업을 할 수 있을까. 


결론나지 않고 답이 없는 생각들을 하며 한시간 반을 걷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샤워를 하고 거실에 뻗어 보지도 않는 TV를 틀어놓고 게임을 한다. 보스몹을 잡으러 게임 속 광활한 대지를 떠돌아다니며 아, 대체 뭘로 먹고 살지 라는 한탄을 한다. 그리고 내일은 글 한줄이라도 꼭 써봐야지 하며 잠이 든다. 


아니, 사실 그러다가 냅다 침대에서 일어나 인터넷으로 로또를 추가 구매했다. 최근 추세는 인터넷 구매가 1등이 많이 나온다고 하길래. 잠들기 직전까지 아무리 고민을 해보고, 이 글을 쓰면서도 고민해봐도 역시 글쓰기로 돈 버는 것보다는 로또 1등 당첨이 확률이 더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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