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공황장애 그리고 삶의 여유
흔히 운동강사는 무조건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곳이 전혀 없을 것 같고 매일 운동을 할 것 같고 좋은 것만 먹을 것 같다는 그런 인식.
하지만 실상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어찌 보면 똑같은 직장인이고 일이 운동인 것뿐이기에 실제로 운동강사들이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하루 종일 운동을 가르치다 보면 사람인지라 운동이 지겨워지는 순간도 분명히 온다.
24살에 허리디스크와 협착증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담당하면서 환자분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드렸지만 내 허리는 점점 더 아파가고 있었다.
아직도 길에서 디스크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리하여 보라매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실려갔었던 기억. 아마 그날 이후로 운동을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살기 위해서. 지금 내 나이 33세. 이제 딱 판정받은 지 10년 차가 되었고, 나는 그 10년 동안 시술이나 치료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모든 공은 100% 운동 덕분이다.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정말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20대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말 '열정'이었다. 일을 너무 좋아해서 이틀에 한 번씩 잤다. 정말 무모한 짓이었다. 12시간 내내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커피를 많이 마셨고 건강은 악화되었다. 그리하여 얻은 건 두 번째 병. 공황장애.
갑자기 혼자 있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고 땀이 나면서 자다가 몇 번씩 벌떡 깼다. 몇 년을 참다 병원에 가게 되었고 "이 정도 수준이었으면 응급실에 몇 번 실려 갈 정도의 공황장애인데 막아준 건 아마 운동 덕분일 거예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운동에 대해서 다시 한번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항상 '화'가 많았다.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예민하고 그러다 보니 마음은 늘 불안하고 성격이 날이 선 것처럼 늘 날카로웠다. 당연히 삶의 여유도 없었다. 원래 나의 성격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운동을 하고 난 이후 "수지 너 좀 달라진 것 같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좀 더 밝아지고 활기차지고 무엇보다 화가 없어! 정말 운동은 나에게 있어 많은 것을 주었구나 세 번째로 생각했다.
현역에서 운동강사로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솔직하게 글을 쓰는 이유는 운동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고 싶었고 허리디스크, 공황장애, 예민함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기에 더욱 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마음속으로 새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내가 있는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운동강사이지만 운동을 매일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어마 무시한 저 3가지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기 위해 매일 하는 루틴은 이러하다.
1. 하루 10분 무조건 스트레칭
2. 5천보 이상 매일 걷기
3. 복부에 힘주는 연습 항상 하기
4. 횡경막 호흡하기(공황장애에 좋음)
4가지는 5년째 거의 매일 하고 있다. 다만, 술을 마시는 날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허리디스크는 절대 하루아침에 절대 좋아질 수 없다. 그건 많은 환자들을 봤기 때문에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공황장애 또한 병원에서 절대 단기간에 좋아질 순 없다고 했다.
위 4가지를 지키면서 나는 지금 매우 좋아졌고 공황장애 약도 먹지 않으며 예민하지도 않고 잠도 매우 잘 잔다. 특히 또 요즘 좋아진 부분은 생리전증후군이 매우 좋아졌다. 그래서 아프지 않아서 너무 행복하다 요즘은.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것이 맞다. 아프고 난 이후 건강을 지킬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는 이 세 가지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2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또한, 한번 아파봤기 때문에 회원님들의 통증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더 건강해질 나를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