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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Dec 19. 2024

취직할 자격


현실은 냉혹한 법이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며 삶을 살아가다가 무언가를 해야 겠다고 결심하고 현실을 바라 보았을때 참담한 기분을 느껴본적이 있었던가.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토익학원을 다니고, 평점을 관리하며, 해외연수나 워킹홀리데이를 갈때 한국이라는 땅에서 가만히 정신적 방황을 안주삼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가는 꽤나 타격이 컸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써야할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막막함이 삶을 압도하였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안감이 엄습해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다른 친구들은 점수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하고 전공을 선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대학생활을 잘하는 데 나는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이 들때면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라는 생각이 매순간 괴롭혔다.



그냥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이미 바꿀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안되었을까. 부질없이 내가 원하는게 무엇이고, 내가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하며 나라는 사람과 싸울시간에, 그저 남들처럼 취업을 위해 전공서적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토익점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할수는 없었을까. 왜 풀수도 없는 숙제를 가지고 고등학교때부터 심지어 취업을 앞둔 시점까지  그 문제를 싸메고 왔을까.





취업을 결심한 이유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전공공부를 하지 않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진로를 과외로 정했었고, 과외가 잘되면 학원을 차릴 생각으로 나름 열심히 하였다. 방학때는 학원강사로도 활동을 하며 열심히 강사로서의 자질도 키워왔으나, 무엇인가 정의 할수 없는 불안감이 계속 도사리고 있었다. 그 불안감의 원천은 불안정감에서 비롯되었다. 언제든 교체되고 짤릴수 있는 그런 직업에 발을 들인것이다.



잘해낼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하다보니 과외와 학원강사는 제법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기도 했다. 매달 들어오는 보수는 비록 적었지만, 경력이 쌓이고 입소문이 나면 몸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현실의 불안감이라는 감정에 지고 말았다. 이래서 다들 사회가 정해놓은 표준인 대학졸업후 취업을 선택하는 구나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당장 하던것들을 모두 중단하고 취업을 해야하는 현실을 덤덤히 받아 들였다. 더이상 전공을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에 적성에 맞지 않다는 불평불만을 그만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고, 창피하고, 도망가고 싶음에도 불구 하고 덤덤히 대학 성적표를 바라보았고, 그간 대학시절동안 했던 활동과 자격증 등등 정리를 했다. 정리할게 없었다. 한없었기 때문에.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토익점수는 공란. 대외활동도 공란. 자격증도 공란. 어학실력 기재불가, 대학 평점 '지원자격 미달'. 담담히 받아 들이기로 했던 현실은 생각보다 아팠다. 꽃다운 나이에 앞으로 살아갈 날은 너무나도 먹구름이 가득하여 한치 앞을 바라볼수가 없는 느낌이었다. 세월이 흘러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었던 것이 당시에는 그 넓은 세상과 기회를 바라볼 여유와 경험이 부족했다. 무엇이든 할수 있고, 무엇이든 이룰수 있는 에너지가 있고 그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위축될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마도 주변 친구들과의 '비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릴적 아버님은 나에게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다. '최고'가 되기 보다 '최선'을 다하자. 지겹도록 들으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삶에 내재화가 되어 무의식적으로 실천하고 있는것 같다. 현실적으로 평점을 4.5점을 만들수는 없지만, 어느정도는 끌어 올릴수는 있는것이고, 토익점수가 없지만 일단 시험만 치면 낮은 점수라도 기재할 수 있는 공인점수는 나오는 것이다. 인턴으로 지원해도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지만, 지원하는것 자체는 돈이 들지 않는다.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할수 있는 모든것을 해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생각을 굳히고 몸을 움직이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기회들이 찾아왔다. 어디라도 좋으니 인턴이라도 해보자고 시작한 일이 덜컥 미국인턴으로까지 이어졌고, 영어회화만 잘하면 토익점수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으로 시작한 회화 공부로 토익 900점을 넘는 기염을 토해냈다. 여태 전공공부는 나랑 적성에 맞지 않고, 더이상 좋은 점수를 얻을수 없다고 생각했던 전공들이, 재수강을 하며 은근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였고, A 플러스를 심심찮게 받으며 지원자격 미달이던 평점이 회복이 되기 시작하였다.



'취직할 자격' 을 갖춘다는게 무엇일까. 해외연수를 가고,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공모전에 참여하여 입상하고, 토익 만점을 받고, 평점관리를 잘해 성실함을 증명하는 것일까. 결과값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떠한 인생을 살아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과정의 중요성과 그 과정속에서 생기는 인사이트, 교훈을 등진채 단순히 결과값만 좋게 받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결과값을 잘 내는것도 쉽지 만은 않다. 하지만 결과값이 평균치 보다 좋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잘 풀어서 설명한다면 취업에서 우위를 점할수 있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게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라 하더라도 잘 풀어서 이야기 할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깨닫기 위해 노력한 흔적. 이런 모든것들을 자기소개서에 녹이고 면접에서 어필한다면, 눈에 보이는 열등한 조건의 결과값(평점, 토익점수 등) 을 뛰어넘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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