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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산 10억 3인 가족의 생활비 수준

인생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by 아둥바둥 김대리

취직하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였다. 취업과 퇴사, 사업, 재취업, 이직을 반복하며 어설프게 사업을 해보겠다고 무식하게 땅을 파던 기간을 제외하면 12년 동안 봉급 생활만 열심히 한셈이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인 2025년 11월 순자산은 말도 안되게 10억이 넘어 버렸다. 그리고 만 3살짜리 아들내미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맞벌이 부부의 생활비를 공개하며, 나름의 철학을 논하고자 한다.


2025년 11월 3일 어느덧 순자산은 10억을 넘겼다.

대학졸업을 할 무렵에는 아르바이트 월급보다 더 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취직을 간절히 바랐다. 당연히 돈을 착실히 모아서 얼마까지 달성해야겠다는 수치도 없었다. 내집마련이니 뭐니 그런 것도 없이 막연히 월급만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개인적으로 가계부와 자산, 금융을 정리하는 플랫폼 (토스와 뱅크샐러드를 각 특성에 맞게 혼용해서 쓰는 중)을 통해 순자산을 확인해 본결과 10억이라는 거금이 순자산으로 잡혀 있었다. 투자에 관심은 많지만 성과는 없는, 소문에 사고, 소문에 팔면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반복한 나의 인생플랜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금액이다.



10억이라는 놀라운 수치에 감개무량하여, "내가 투자에 재능이 있는 것인가?"라는 교만에 빠져 그간의 13년 봉급생활에서 얼마나 투자 수익을 얻었는지 따져 보았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첫 집을 사고 4년 뒤 팔 때 산가격과 동일하게 팔며 발생한 기회비용 그리고 여러번 집을 사고팔면서 인테리어 비용, 복비, 각종 세금등을 모두 포함시키며 마이크로(Micro)하게 계산을 해 보았더니. 아주 기가 막힌 결과가 나왔다.



나는 투자로 번돈이 없었다...
플러스 마이너스를 반복한 제로(0)였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가히 너무 놀랐다. 3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투자를 하지 않고 그냥 예적금만 들었어도 지금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라는 사실.


둘째. 내가 진짜 월급을 많이 받고 있었고, 정말 철저하게 소비를 통제하며 알뜰하게 살아왔다는 사실.


셋째. 나는 투자와 재테크에 관심이 아주 많지만, 공부는 정작 하지 않는 아주 게으른 사람이라는 사실.



흔히들 "결혼을 빨리해야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라고 한다. 그리고 "애가 생기기 전에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한다"라고 한다.



직접 경험해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는 말이다.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우리 가족의 경우를 예시로 어떻게 생활을 하고 얼마나 돈이 들어가고 있는지 간단히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2025년 10월 한달 지출 내역

친구들과 주변 직장동료들, 그리고 신입인데 이제 결혼을 앞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놀랍고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사례1. 저희 부부는 돈을 각자 관리하고 공통 생활비를 각출해요.


사례2. 돈관리는 배우자가 하는데 각자 용돈으로 얼마씩 받고 있어요. 용돈에는 순수히 각자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옷 사는 등등 식비 유흥비로만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돈이에요.


사례3. 외식은 한달에 몇 번 정도 할 수 있게 돈을 따로 빼놓고, 1년 중 몇번은 여행비용으로 적금을 들어 놓아요.


사례4. 한번 장을 보러 가면 별로 산것도 없는 것 같은데 20~30만 원 정도 나와요.


위에 4가지 사례 모두가 사실 이해가 안된다. 그렇다고 잘못되었다고 티를 내거나 선넘게 조언을 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저렇게 하는 게 맞나?"라고 생각은 한다. 하나하나 우리 가족에 대입하여 보면...


사례1. 돈관리는 한사람이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고 각자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면 전체적인 자산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이 안되어 가족 공통의 금융목표를 수립할 수 없다.


사례2. 회사에서 밥주고, 커피를 주니 따로 식비가 나갈 일이 없어서 용돈이 필요 없다. 또한 인간관계가 협소한 나와 아내의 성격상 유흥비로도 돈은 지출되지 않는다.


사례3. 외식보다 편하게 집에서 밥먹는게 최고다.


사례4. 날을 정해서 대형마트를 간 뒤 눈에 보이는 데로 목적 없이 세일하는 품목을 카트에 담는 형식의 장을 보지 않는다. 근처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그날그날 가장 할인하는 식재료를 사서, 그 식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정하여 돈을 아낀다.



아내와 나 용돈포함하여 한달 생활비 (식재료, 필수품, 미용, 옷구매 등등)는 통틀어 55만원을 매월 예산으로 잡고 있고, 플러스 마이너스는 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생활하고 있다.



아이한테 들어가는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어린이집 비용을 제외하고 추가 보육료까지 포함하여 아들에게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50만원 전/후로 매월 예산을 잡고 있고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이의 모든 먹는 음식등은 아내가 직접 요리하고, 주말에 1~2주치 반찬을 미리 만들어 냉동보관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주거비와 통신비가 있는데, 주거비라고 하면 관리비(아파트 관리비, 전기, 가스 등)와 정수기 렌탈 정도가 있고, 통신비는 아내와 나의 휴대폰요금, 인터넷 요금이다. 이 금액은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난방비용이 있다 보니 평균적으로 매월 50만원 정도씩 예산을 잡고 있고, 거의 평균적으로 유지가 되고 있다.



이밖에 금융비용으로 주담대 원금, 각종 보험 등으로 약 230만원정도씩 나가고 있지만, 원금 상환개념도 들어가니 100퍼센트 지출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보면 3인가족 한달 총 생활비는 150~160만원 수준으로 유지하며 나머지 금액은 모두 저축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살고 있고, 살아왔으니 월급만으로도 10억이라는 순자산을 모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번쯤 이렇게 까지 아끼면서 살아야 하는 현타가 올때가 있지만, 천천히 쌓여가는 현금을 보는 재미가 있다 보니 금방 힘듦 시기는 지나간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고 열심히 해서 투자도 공부하고, 부동산도 공부해서 자산을 뻥튀기하면 좋겠지만 그정도로 열심히 사는 유전자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좋은 유전자라고 자부하는 것 중에 하나는, 아끼고 근검절약하는 것이 몸이 인처럼 박혀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고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나와 같은 생활방식을 강요한다면 상당한 고통이 될 수 있지만, 원체 이렇게 살아온 아내와 나로서는 힘듦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역치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남들과 비교함으로써 발생하는 열등감이 없어서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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