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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31. 2022

가장 비싸게 집을 파는 법

나라면 이 집을 살까?

생에 첫 나의 집을 살고 있을 당시 문득 우리 집이 얼마에 팔릴지 궁금했다. 그래서 아직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부동산 중개소에 찾아가서 집을 내놓을 것처럼 행세하며 집값을 묻곤 했다. "사장님, 저 XXX동 XXXX호 사는 사람인데요. 집 좀 내놓으려고요. 얼마에 내놓으면 좋을까요?". "지금 찾는 사람이 없어서 2억 9천 정도에 내놓아야 할 것 같아요." 역시나, 부동산 중개사는 어떻게든 싸게 내놓으려고 하는구나. 그래도 직전 실거래보다는 더 높게 팔아야 하는데.




고객 관점에서

나라면 이 집을 사려고 할까?



집을 가장 빨리, 가장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방법을 채득 한 것은 내 생애 첫 집을 장만하기 전 두 번의 전셋집을 거치며 경험했다. 전셋집에 살면서 단 한 번도 2년이라는 계약기간을 채워본 적이 없다. 돈이 모이면 더 넓은 평수로 이사 가고 싶은 나의 이 비뚤어진 마음 때문이랄까. 성격이 급한 건지, 아니면 돈 모으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신나서 그런 건지. 계약기간을 채울 만도 한데, 1년을 넘기면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집 평수를 넓히는 행위는 열심히 살아온 나의 인생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였다. 하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이사를 가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세입자를 구해야만 나의 소중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집주인이 아닌 현 세입자가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를 가고 싶었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저 죄송한데 직장을 옮기게 되어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계약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죄송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집을 좀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세입자를 구하기만 하면 집주인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계약기간 전에 나가는 것이라 철저히 집주인은 갑이고 내가 을인 입장이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 받을수가 없다. 그렇기에 내가 집주인은 아니지만, 내가 마치 집주인인 것처럼 고객을 찾고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



전세를 직접 내놓고 세입자를 구하는 경험은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상당히 값진 교훈을 남겼다. 그건 바로 수많은 매물 중에서 내 집을 가장 빨리 팔리게 하는 방법을 채득 한 것이었다. 초반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집을 내놓았을 때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마다 최종적으로 전세계약에 까지 이르지는 못하였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날을 잡고 집을 보여주는 것 자체도 힘이 붙였다. 평일 밤이고 주말이고 꼼짝없이 집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집을 보러 오는 것은 아주 잠깐이지만, 약속을 잡아 놓으니 신경이 쓰여서 다른 활동이나 약속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많은데 집 계약까지 잘 이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험이 많이 부족했던 터라, 이미 더 넓은 평수의 두 번째 전셋집을 계약을 해 놓은 상황이었다. 잔금을 치르는 날 전까지 지금 거주 중인 집의 세입자를 구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에 밤잠을 설 칠정도가 되었다. 두 번째 전셋집 잔금을 치르려면 무조건 현재 거주하는 집의 세입자를 구해야 했다.



후회가 몰려오기도 했다. 그냥 현재 거주 중인 집에 계약기간을 다 채우고 살고 있었으면 이런 스트레스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적어도 세입자를 구해놓고 그다음 전셋집을 계약했어도 되는데, 나의 성급함과 욕심 때문에 이런 사단이 난 것 같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이미 엎질러진 물. 왜 집이 잘 나가지 않을까 고민을 해보았다. 가격이 문제 일까? 다행히 집주인이 악덕은 아니었던지라 전세금을 올려서 세입자를 구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장 가격에 전세를 내놓았으니, 가격이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은 의외로 아주 간단했다. 내가 내놓은 집의 경쟁자를 직접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집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치 전셋집을 구하려 하는 세입자 코스프레를 하며 다른 부동산에 방문하였다. "사장님 XXXX만원 정도 되는 준 신축 전셋집을 찾고 있는데요." 라며, 내가 내놓은 전셋집 가격과 동일한 수준의 집을 보여달라고 하였다. 내가 직접 집을 구하는 세입자 신분이 되어 다양한 집을 방문하여 보니, 우리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파악이 되었다. 내 집의 경쟁자 집들을 직접 방문하고, 눈으로 보니 나라도 다른 집을 거래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집들이 눈에 띄었다.



'아하!' 속에서 나의 무식한 뇌가 제야의 종을 치고 있었다. 큰 깨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뭔가를 잘 팔기 위해서는 소비자 관점에서 그 물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큰 깨달음이었다.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 코스프레를 통해서 내가 내놓은 집보다 더 좋은 조건의 집들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나의 집이 더 잘 팔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바로 진단이 나왔다. 당장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쓸데없는 물건들을 밖으로 모두 버리고, 집을 지저분하고 정돈이 안되어 보이게 만드는 물건들은 모두 눈밖으로 치웠다. 깔끔하게 청소하는 건 물론이고, 정돈을 하여서 누구나 들어와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나와 비슷한 조건의 다른 매물보다 조금 더 좋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변화를 주고 나서 방문한 방문자는 10분도 되지 않아 전세계약을 맺겠다고 연락을 주었다.




이론만 아는건 중요하지 않다

'앎'과 '깨달음'은 종이 한장차이



정말이지 큰 깨달음 이었다. 이 소중한 경험은 집을 살면서도 깔끔하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동시에,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라는 경험을 직접 피부로 겪은 사건이었다. 참 수도 없이 많이 듣기는 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이 명언은 수많은 책에서 회자되는 말이었지만, 지금것 이론적으로만 머리속에 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직접 경험하여 보니, 그저 나의 '앎'에서 그쳤던 지식이 '깨달음'으로 바뀌는 순간이 되었다. 의외로 이 자본주의 시장은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집을 가장 빨리 그리고 비싸게 파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햇다. 소비자가 다른 물건보다 내 물건을 더 사고 싶게 만들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방법이 없다. 발로 뛰어야 한다. 내가 집을 팔려면 고객도 내 집을 보러오기위해 발로 뛰듯이 나도 뛰어야 한다.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집들의 가격을 보는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는 단순히 손품만 들여도 충분히 파악이 되는것이다. 이걸로 충분하지 않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 다른 경쟁집들은 집상태가 어떻한지 직접 눈으로 보고, 고객 입장에서 우리집을 방문했을때 다른 집보다 더 좋은 인상을 받을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아야 한다.



뭐든지 인생은 쉽게 거저 얻어지는것은 없다. 노력한 만큼, 고생한 만큼 되돌아 오는것 같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보상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운의 영역으로 희박한 확률을 가진다. 마음편하게 수동적으로 사는 만큼 그 행운의 천사는 찾아올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고, 부지런히 고생하고 능동적으로 하는 만큼 행운의 천사는 찾아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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