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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un 10. 2023

인턴경험이 현대차 취업에 도움이 될까

지방대생이지만 현대자동차는 다니고싶어



'열심' 이라는 단어는 지금시대에 천대받는 단어이다. 얼마전 현대자동차 공채로 입사한 신입이 와서 인사를 하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를 외치며 지나갔다. 속으로 "열심?잘해야지!"라는 꼰대같은 발언이 튀어나올 것 같은 마음에 씁쓸하였다. 나도 어지간히 회사속물이 되어버린 듯 하여 문득 대학시절 인턴경험을 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참 '열심'을 가지고 설쳐댔었지...






인턴만이 답이다

공부는 하기싫고, 졸업은 해야하고



부모의 등에 떠밀려 선택한 기계공학전공은 내가 짜맞출려고 해도 도저히 들어맞질 않았다. 대학 1학년때 듣는 수업들은 교양과목이라 어찌어찌 학점을 수료하면 되었지만, 대학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공수업들은 각종 회의감에 젖어들어 공부를 도저히 할수 없었다.



도대체 고체역학, 유체역학, 동역학을 배운들
어디다가 써란 이야기야?



어딘가에 분명 쓰이니까 이런 발전된 대한민국이 탄생했을테지만, 철없는 시절의 투정은 학과 공부를 더 소홀히 하게 만드는 불쏘시개같은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코딩도 배워야하는지 C++이라는 프로그래밍 수업도 들었어야 했으니, 안그래도 등떠밀려 선택한 전공에도 신물이 나는데 더욱이 관련없는 전공과목을 들음으로 기계공학은 내 마음속에서 미움받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C++언어 수업은 실제 C+성적을 맞고 포기해 버렷다)



마음을 고쳐먹기를 수십번 반복하고, 도서관에 앉아 수백번 전공서적을 펼치고 째려보았지만 도무지 흥미가 생기질 않았고 점점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쌓여가고 있었다. 뭔가 나의 인식과 흥미를 유발시킬만한 큰 동기부여와 자극이 필요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고이 접어둔채 학문적으로만 기계공학을 접하지말고 실제 현장에서 기름냄새와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내손으로 드릴과 망치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책에서만 접하던 3대 역학이란 놈이 현실세계에서 정말 필요함을 보고 느끼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답은 결국 회사생활을 해보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학점은 엉망이고 내세울 만한 스펙은 없고, 졸업은 멀었고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졸업을 해야 회사를 들어가 경험을 하는데 회사경험을 먼저 해야 공부할마음이 생겨 졸업할수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알게된 인턴쉽 제도. 하지만 졸업을 앞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였고 이마저도 지원이 힘들어 보였다. 지원한 회사는 자동차 부품을 제조 연구하는 프랑스기업이었고, 지원분야는 연구직(R&D) 였다. 쉽게 말해 자동차 부품도면을 그리는 직무였다.



연구직이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전공지식이 필요로 할것 같았고, 그렇게 일하다 보면 흥미가 생길것 같은 막연함에 절박하게 인턴을 하고싶었다. 하지만 지원 자격이 안되는걸 어떻게 하겠는가. 안되는걸 되게 하는 방법은 그냥 "안되면 말고" 정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애라이 모르겠다' 마인드셋으로 필요한 서류를 꾸려서 제출했다.



결과는 예외적인 합격이었다. 돌이켜보니 사정사정하고 인턴을 모집한 회사 인사팀에서만 오케이하면 규정이라는 것은 그저 허울뿐인 틀에 불과했던것 같다. 이 세상에 정해진 것은 없다. 어짜피 회사차원에서에도 인턴은 큰 비중이 아니었고, 굳이 절박하게 들어와서 일하고 싶어하는데 말릴이유는 없었다. 회사에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되지, 그냥저냥한 인턴을 뽑는 것 보다 '파이팅'넘치는 인턴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6개월의 인턴경험

인턴경험이 사람 하나 살렸네



인턴을 하는 목적은 취업을 하기 위하여 본인의 이력서에 한줄 남기기 위함이다. 물론 회사생활을 미리 해보고, 본인이 이 분야에 맞는지, 이 직무에 맞는지를 가늠해 볼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목적 이외에도 '내가 선택한 전공공부가 실제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를 피부로 느끼며, 공부를 해야하는 동기부여를 가지는 것도 인턴의 목적중에 하나가 될수 있다.



시작은 그러했다. 학과 공부를 하기위해서, 더이상 도망칠곳이 없이 자퇴아니면 더이상의 선택지가 없었던 당시에 인턴을 통해서 최종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은 그러한 동기에서 시작했지만 여러부면에서 나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꾸어 버렸다. 거의 모든 부면에서 말이다.



사람은 어느 환경에 있는지에 따라 행동과 말이 달라진다.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은 그 환경에 어색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몸에 베여 있다는 뜻이고, 말이 달라진다는 것은 그 환경에서만 쓰는 단어와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학생티가 얼마나 났을까. 6개월 인턴을 시작하며 회사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은 아마도 병아리 였을테다. 어른 흉내를 내보고 싶어하는 어른이 같은.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눈치보며 퇴근하는 진짜 현실세계의 맛은 생각보다 달콤하고 즐거웠다.



물론 인턴일을 하며 전공지식이 많이 쓰이지는 않았다. 인턴이 일을 맡으면 얼마나 맡겠는가. 책임있는 일과 중요한 일은 과차장급들이나 하는 것이고, 인턴이 하는 일이라곤 허드렛일과 잡무정도이다. 이는 '내가 왜 전공공부를 했지?' 라는 회의감을 더 들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수도 있었겠지만 회사 생활자체가 그저 재미가 있었다. 딱딱하게 교실에 앉아 책만 들여다 보는 것보다 실제 제품을 보고, 실제 무언가를 만들고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참 열심히도 했다. 그리고 열심히 하겠다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외쳐데고 다녔다. 전공공부에 대한 흥미를 가질려고 시작했던 인턴이 이제는 '인턴'신분이 아닌 회사 정직원같은 마인드로 일을 하였다. 나의 일이 아닌데로 도맡아 하고, 굳이 알필요가 없는 내용도 묻고 필기하고 외웠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이니 점점 흥미가 생기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개차반이었던 나의 대학 인생이 점점 밝은 빛이 기어들어오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먼 훗날, 지금은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며 그때 인턴시절을 돌이켜 보니 그때가 없었더라면 이미 자퇴를 하고 다른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가 없었더라면 자동차분야에 지금 몸담고 있지도 않았을테다. 그때 허드렛일을 하고 별로 의미도 없었던 잡무도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분명 없었을테다. 그때 보고 듣고 주워들었던 말들과 지식들이 취업할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오고, 면접관으로 부터 '경력직이세요?'라는 피드백도 없었을테다. 학생이 알면 뭘 알겠는가가 아니라,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현직자처럼 보이게 만든것도 다 그때의 경험 덕분이다.



어떤이는 인턴 경험을 하고서도 취업때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았다. 말주변이 없어서 면접때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글재주가 없어서 자소서에 잘 녹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인턴을 하는 동안 허드렛일이나 잡업무만 해서 그렇게 유용한 경험은 없었다고 스스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허드렛일이고 가치가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의미 부여를 하고 가치있는 일로 변모시키게 하는 것은 스스로가 하는것이다. 똑같이 커피 심부름을 했다 하더라도, 커피를 가져다 주면서 업무적으로 궁금한걸 묻고, 하나라도 더 주워들을려고 하는 사람은 매일 커피를 태워다 주면서 계속 레벨업을 하고 있는 중일테다. 결국 그때 주워들은 지식들은 면접이나 서류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업계용어를 하나라도 더 쓰게 만들고, 좀더 회사원같은 느낌을 주게 만든다.



'인턴'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단순히 이력서에 한줄 더 넣기위한 목적보다는 '나의 진로'를 미리 확인해보겠다는 심정으로 해야한다. 그리고 아무리 허드렛일을 맡는다 하더라도 '내가 4년제 나와서 이런일을 해야하나?'라는 마음보다도, 이런 허드렛일이라도 먼 훗날 '면접때 어떻게 잘 요리해서 입으로 털어내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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