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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우 Jun 24. 2020

(2) 케냐 선수들은 왜 빠를까요?

케냐 선수들만의 비밀이 있을까?

세계 어디든, 상금이 웬만큼 걸린 달리기 대회의 시상대에서 케냐 선수들을 보는 것은 너무 흔한 일입니다. 예로, 2018년 싱가포르 마라톤에서는 남자 1등부터 17등까지 모두 케냐인이었습니다.
4월 16일 화요일, 트랙 인터벌 세션 중. 케냐 육상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

아침 6시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립니다. 슬금슬금 룰루레몬 러닝 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갑니다.

해가 뜨지 않은 하늘은 별들이 놓여 있고, 공기는 새들의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같은 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는 유소년 선수가 천천히 조깅하면서 같이 가자고 합니다. 어둑어둑한 길을 40분 정도 달리고 나면 해가 떠 있습니다. 아침 조깅한 후에는 케냐 밀크티(물+우유+찻잎+설탕)와 식빵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합니다. 아침 7시 45분 정도면 다시 방으로 돌아와 '아침 낮잠'을 청합니다.


아침 9시

슬금슬금 일어나 메인 훈련을 준비합니다. 9시 30분. 학교 내 풀밭에는 선수들이 모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의 훈련은 트랙 위에서의 인터벌. 강도 높은 인터벌 훈련을 하고 오니 11시 30분입니다. 케냐의 주식인 우갈리와 양배추 볶음을 먹고 나면 오후 1시. 낮잠을 청합니다. 4시 즈음에 일어나 하루 마지막 저녁 훈련 - 가벼운 조깅과 코어 운동 - 을 하고, 저녁을 먹고, 일과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며 잠에 듭니다.


지금 머무는 이텐의 세인 패트릭 고등학교 (St. Patrick's Highshcool) 유소년 육상 캠프의 하루 일정입니다. 캠프에 참가하는 유소년 선수들의 나이는 14살부터 18살 입니다. 5km를 13분대에 뛰는 선수도 있고, 1,500m를 3분 45초대에 뛰는 선수도 있습니다. 800m를 1:46에 뛰는 선수도 있고요. 한 선수는 케냐 전국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나가서 8km를 24분 00초로 달리고 우승하고 왔습니다. 케냐 선수들이 세계 달리기를 제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같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건 '꾸준함'과 '감사함'입니다. 이곳 선수들은 쉽지 않은 훈련 일정을 절대로 빼먹지 않고, 매일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행합니다. 아직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들은, 이 캠프에서 훈련하고 나서 큰 활약을 펼치는 선배들을 보며 영감을 얻습니다. 선배 중 한 명인 19살의 Ronex Kipruto 선수는 작년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로드 10km 기록(26분 46초)을 세웠습니다). 현재 800m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David Rudisha , 37살의 나이에 2017 보스턴 마라톤을 우승한 Edna Kiplagat 도 이곳 캠프 출신입니다.


저는 여자 유소년 선수들 뒤를 따라가며 그 꾸준함과 감사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조깅도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이제 조금은 적응을 해서 강도 높은 훈련도 제법 따라가고 있습니다. 현지 생활에 너무 적응을 해버려서, 낮잠을 갈수록 더 많이 자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음식과 사람들이 벌써 자주 그리워서 약간 큰일입니다.


앞으로 약 10주가 남았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훈련하고, 푹 쉬고,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현지 생활이나 훈련 방식, 현지 선수들에 대해 궁금한 점들이 있으면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김성우 드림


*금요일에 보내드리려 했었는데, 오전 훈련이 너무 강도가 높아서 쓸 힘이 없었습니다. 저녁에 자기 전에 씁니다. 아침에 좋은 에너지가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맨발 달리기 웜업 동영상 (영상보기)

맨발 달리기 수업을 들었던 분들의 요청으로, 웜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드리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구독, 좋아요, 커멘트 부탁드려요.





Ronex Kipruto 10km 26:46 완주 영상

(영상보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얼굴에는 미소가 띠어져 있습니다. 마치 공중에 떠서 달리는 듯이 가벼워 보입니다. 달리기를 좋아하시거나, 더 잘하고 싶은 분은 영상을 꼭 보세요.


케냐 마라토너들은 천천히 뛴다

2015년에 이텐에서 머물렀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PUBLY에서 읽기). 제가 처음에 케냐에 오게 된 이유, 과정, 그리고 현지 생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추천합니다. PUBLY에서 독자 만족도 97%가 넘으며, 올해 겨울이 오기 전에 종이책으로 출판 예정입니다. 글에서 몇 쳅터들을 제 인스타에 올렸으니 인스타 포스트를 통해 보실 수도 있습니다.


*본 글은 2019년 4월 부터 6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이텐 케냐에서 달리기를 배우며 생활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적은 글입니다. 이텐에서 생활하면서 한 주에 글 하나를 썼으며, 제 개인 뉴스레터에 담아 구독자분들께 발송하였습니다. 브런치에는 처음으로 소개합니다. 이 글들은 책 <마인드풀러닝:케냐 이텐에서 찾은 나를 위한 달리기>에 편집되어 에필로그로 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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