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로에게 발각됐지
누구나 해가 밝으면 처량해져
겨울이 오면 삿포로에 갈까?
불량품들의 섬으로 가자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어
태어난 걸 용서받게
숫자의 심판대 건너에도 두 사람이 있었으면
모두가 찌푸리는 것들에 와르르 웃음이 터지고
살아가게 하는 대신 같이 죽어버리고 싶은 여자
세월의 기념품같은 흉터를 지닌 여자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한번쯤은
술 취할 때만 말하는 여자
반쪽자리 십자가 우릴 거세해줄 주인은 이 생에 없네
정맥을 따라 흐르는 치욕을 핥아줄게
풍선이나 꽃처럼 곧 사라질 것들을 선물하고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 꿇어앉아 밤새 신을 불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