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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은 Oct 18. 2022

해피엔딩

어쩌다 서로에게 발각됐지

누구나 해가 밝으면 처량해져

겨울이 오면 삿포로에 갈까?

불량품들의 섬으로 가자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어

태어난 걸 용서받게

숫자의 심판대 건너에도 두 사람이 있었으면

모두가 찌푸리는 것들에 와르르 웃음이 터지고

살아가게 하는 대신 같이 죽어버리고 싶은 여자

세월의 기념품같은 흉터를 지닌 여자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한번쯤은

술 취할 때만 말하는 여자

반쪽자리 십자가 우릴 거세해줄 주인은 이 생에 없네

정맥을 따라 흐르는 치욕을 핥아줄게

풍선이나 꽃처럼 곧 사라질 것들을 선물하고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 꿇어앉아 밤새 신을 불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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