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다면, 난 1초의 고민도 없이 엄마가 해준 김치수제비라고 답한다. 원래 밀가루 음식을 워낙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제일은 수제비다. 맑은 수제비도 맛있지만 뭐든 매운맛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김치 수제비가 최고다.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 시절, 주말 이틀만 집으로 돌아와 지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에게 김치 수제비를 해달라고 졸랐다. 일주일 만에 돌아오는 딸을 위해 엄만 매번 요리를 했는데, 매주 수제비만 찾는 딸에 금세 질려버렸다. 밀가루 한 포대를 사놓고 어디 한번 배 터지게 먹어봐라, 먹기 싫다고 할 때까지 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했다고 한다. 두 달 정도를 먹고 결국 나도 포기 선언을 했더랬지.
서울로 독립해 비 오는 날이면 종종 생각난다. 혼자 자취집에서 반죽해 먹는 김치수제비는 엄마 손맛을 따라 해 봐도 그 맛이 안 나오더라. 이젠 고향에 내려갈 때면 말하지 않아도 엄마는 수제비를 챙겨준다. 고마운 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표 김치 수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