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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anna Feb 07. 2023

소개팅과 정신과 진료의 공통점

우울증 환자가 정신과를 고르는 기준


우울증 환자가 정신과를 고르는 기준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의사의 학력 또는 능력일까 혹은 병원의 입지일까. 8년 전부터 정신과를 다닌 나에게는 그것들과 전혀 상관없는 나름의 기준들이 있다.


첫째로는 집이나 직장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비인후과나 내과를 다니는 일이라면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조건이겠지만 말이다. 가까울수록 편하지 않을까 싶지만, 최대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줄이면서도 오고 가는 것이 어렵지 않아야 한다.  지하철로 세네 정거장 떨어져 있거나, 차로 십오 분 정도의 거리정도 일 수 있겠다. 나 또한 처음엔 집에서 이십 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그다음엔 직장에서 지하철로 세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병원, 그리고 새로 이사 온 집 앞 병원으로 선택했다. 소개팅 상대가 친구의 가족이라던가, 직장 상사의 지인인 경우는 심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적당히 거리가 있는 사람이 소개해 주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프라이버시이다.


두 번째 조건부터 까다로워진다. ‘적당히 번잡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마치 소개팅 전에 상대를 프로필 사진으로나마 가늠해 보는 것과 비슷하다. 휴대폰으로 병원들의 후기나 내부 전경 등의 사진들을 훑어본다. 분위기는 어떠할지,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아 예약은 힘든 게 아닐지를 알아보는 과정이다. 환자가 적은 병원은 지나치게 나에게 관심이 쏠리는 기분이 들어 거부감이 든다(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너무 많은 병원은 예약 잡기가 힘들뿐더러 나에게 의사와의 상담 시간이 짧게 주어질 수 있다. 정신과를 꾸준히 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도 중요하다. 나의 소개팅 상대가 지나치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거나 혹은 친구라곤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나의 애인 상대로 고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세 번째는 소개팅 당사자, 즉 담당의와 내가 잘 맞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것은 한 번의 만남으로는 다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초진인 경우에 나는 마치 소개팅과 같은 질문을 공통적으로 들었는데, 그 질문은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세요?”였다. 그리고 매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렸을 때는 어땠는지, 지금 상황은 어떠한지에 대해 짧게 브리핑을 한다. 마치 소개팅을 하는 자리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같은 얘기를 했을 때 소개팅 당사자들은 공통된 반응을 보이기도, 다른 시각에서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의사가 어떤 관점을 중점적으로 나를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진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어렵게 병원을 고르고 꾸준히 다니는 일이나 애인과 좋은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일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병원과도 권태기라는 것이 온다. 계속 같은 약을 먹는 것이 지겹기도 하고, 매번 그리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도 지친다. 나 또한 중간에 종종 지쳐 약을 중단하곤 했지만 그 뒤에 몰려오는 후폭풍은 모두 내 몫이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수 있으므로, 약을 중단하고 싶을 때에도 담당의와 꼭 상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치료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이다. 한 번의 소개팅이 실패했다고 그만두지 말고 좋은 상대를 만날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 시도하다 보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 또한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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