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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anna Mar 05. 2023

부서진 우울의 말들 그리고 기록들 - 에바 메이어르

우울증을 위한 책





나는 이 책에서 우울증에 대한 많은 묘사들을 미친 듯이 줄을 쳐가며 읽었다. 그녀가 내 마음속에라도 들어왔다 나간 것이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었을 정도다. 그리고 한 편으로 안심했다. 누군가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에 대해.

이 책은 저자 에바 메이어르의 개인적이고도 철학적인 우울증에 대한 탐구이다. 이 책은 우울증을 완벽하게 극복한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우울증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의 일부분으로서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나름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는 음악을 통해 때로는 글을 통해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며 우울증을 이겨내고 있다. 

우울증에 대해 어떠한 편견도 없이 객관적이고도 이성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 시각이 돋보이는 글이었다. 우울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우울증 자체를 편견 없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p.10 우울증은 당신이 당신 자신과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더 이상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없을 뿐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집과 같은 장소는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한 번 우울증을 겪으면 두 번째 우울증이 찾아올 확률이 평균보다 높아지고, 두 번 우울증을 겪으면 다시 우울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방식으로 우울증은 당신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


�️ p.22 나는 여기 혼자이고, 내가 하는 것은 모두 다 잘못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된다.


�️ p.28 나는 나를 계속 살아 있게 해주는 일상을 나 자신에게 가르쳤다. 그렇기에 내 우울은 달랐다. 나는 낙관적으로 우울했다. 나는 나 자신을 깨닫고자 열망했고, 잘 단련이 되어 있었으며, 전투적이었다. 


�️ p.46 우울증에 관해서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사람들은 종종 그럴싸한 단어로 묘사한다. 내가 항상 혐오하는 것은 우울증을 괴물이나 악마나 동물에 비교하는 것이다(확실히 개를 비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검은색에 비유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이미지가 상투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게 우울증은 뭔가가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뭔가가 없는 것에 더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 p.48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우연의 문제이다. 우울증이 얼마나 깊어질지, 그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다시 우울증에 걸릴지 역시 대개 우연의 문제이다.


�️ p.63 우울할 때에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게 된다.


�️ p.111 내가 아는 것은 일단 약을 끊자 색깔들이 더 선명해졌다는 것과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전의를 얻었다. 어둠의 가장자리를 갈아내는 동안에 나의 공격성도 함께 갈려나갔던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의 우울증도 대개는 계절의 변화처럼 느껴진다.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서늘한 가을과 쓸쓸한 겨울이 찾아온다. 나에게 항우울제를 먹는 일은 물을 마시는 것처럼 살기 위한 행동이지만, 그것이 나의 감각들을 무디게 만든 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것은 마치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느낌이다. 약을 끊으면 아주 잠시 동안은 세상이 아름다운 필터를 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곧이어 그 세상 속에 잠식되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다만 나는 그런 기분의 원인이 우울증에 있다는 사실과, 어떻게 하면 그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알아가며 살고 있다.


�️ p.143 우울증은 모든 것, 즉 당신 자신과 세상을 정지하게 만든다. 고통은 절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불쑥 들이닥치는 공허함이다. 이런 공허함에는 음악이나 밝은 색의 그림으로 대처해야 할 것 같지만, 내 경험상 고요함이 더 효과가 좋다.


�️ p.151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의연해지는 것이고, 할 수 있는 한 당신의 운명을 세상과 연결하는 것이다.


�️ p.158 우울증이 당신에게 보여주는 세계의 일부는 누군가는 결코 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홀로 이곳에 있다. 누구나 혼자이기는 마찬가지라고 해도, 혼자임에는 변함이 없다.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 그 경험은 삶을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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