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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Jay Jul 19. 2020

영어공부 하고 싶은데 자꾸 망설여 진다면?

새로운 도전 앞에서 쫄지 말자!

 얼마 전에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땐 육아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막상 유치원을 보내고 나니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져서 우울해진다며 하소연했다.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게 자신도 영어공부를 해볼까 한다며 조언을 구했다. 나는 지인에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영어 원서 몇 권을 추천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아무래도 틀렸어.”

  “무슨 말이야?”

  “워낙 오랜만에 영어를 접해서인지 자신감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책 앞부분에 몇 장 넘겨보다 보니 도저히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야. 그래서 책을 펼치기도 두려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내가 추천해준 원서가 어렵게 느껴진 건 아닌지 물었다.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책 속의 영어 문장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영어 공부한답시고 책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고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자꾸 들어서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인과 전화를 끊고 난 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불편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책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윤홍균 작가의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실패에 익숙해지는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부른다.

 나는 지인이 무기력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무기력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을 불러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는 역시 안 돼.’라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지인은 임신 기간 내내 극심한 입덧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또한, 임신 중 겪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남들이 다 하는 태교 한번 제대로 못 해본 것에 대해 억울해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만 같았으나 그녀의 뜻대로 되진 않았다. 아이는 생각보다 엄마를 빨리 만나고 싶었는지, 출산 예정일보다도 3개월이나 빨리 태어났다. 자신이 낳은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좁고 답답한 인큐베이터에서 두 달 동안 지내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제대로 산후조리를 해야 할 시기에 마음 편히 쉬지도 못했다. 육아 역시 쉽지 않았다. 워낙 예민했던 기질의 아이는 밤낮 할 것 없이 온종일 울어댔다. 흔히 사람들이 아이가 순해진다는 “100일의 기적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편히 커피 한잔 마시러 가는 일도 불가능했다. 점점 할 수 없는 일들만 늘어났다. 그러나 보니 지인은 어차피 뭘 시도해봤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사실 남 이야기 같진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쩌면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해본 여자들이라면 모두 겪었을지도 모르는 감정이다. 자기 뜻대로만 된다면 이 세상 엄마들은 모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현실은 그와 철저히 반대다.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임신, 출산, 육아다. 무슨 일을 해도, 안 해도 어차피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은 새로운 일을 하기도 전에 좌절하게 한다.

 지인은 수년 동안 자신에게 “난 안돼.”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어 어느새 그것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영어 원서를 펼치는 자신의 행동에 ‘이 건 나답지 않아’하고 저항한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열정이 안 생겼던 이유였다. 

 안타까웠다. 지인은 충분히 장점이 많은 사람이며 꿈을 이뤄본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까맣게 잊은 채 자신의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멋진 사람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영어공부를 하고 안 하고는 그다음이었다. 지인에게 당장 전화를 걸었다. 진심으로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두 가지의 처방전을 제시해주었다. 


  첫 번째, 자신의 장점과 성취감을 이룬 경험을 쭉 적어보기였다. 

 남들이 말한 자신의 장점도 좋고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도 좋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성취감이라도 모조리 적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처음 만들어 본 음식이지만 온 가족이 맛있게 먹어준 일이라던가 아이에게 책 한 권을 읽어준 것도 써도 된다. 별 것 아니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내가 해낸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일종의 자존감을 챙기기 위한 목적이다. 


 이것은 예전에 내가 영어 인터뷰를 가르치면서 만난 학생들에게도 적용했던 적이 있던 방법이다. 그동안 제대로 도전해본 적 없는데 취업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려니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하얀 A4용지를 한 장 내밀었다. 그리고 위에 소개한 방법대로 과제를 내주었다. 간혹 스스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과제를 거부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그들에겐 내가 긴 대화와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게끔 도와주었다. 빈 종이 위에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말들이 채워질수록 학생들은 영어 앞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영어로 말할 때 틀릴 때마다 머리채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던 학생들은 어느새 틀려도 다시 해보겠다며 조심스레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일단 움직이기다. 

 <자존감 수업>에서 저자가 처방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무작정 움직이라고 한다.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려면 일단 움직여야 한다. 원치 않아도, 재미없어도, 의미 없어도 된다. 밖에 나가 조금이라도 걸어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몸부림이라도 쳐야 한다.

감정이 행동을 이끄는 것 같지만, 실제로 행동과 감정은 동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행동을 통해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나도 무기력한 감정을 벗어나고 싶을 땐 일단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그게 운동이 됐든, 책상정리가 됐든, 하기 싫어서 미뤄둔 집안일을 하든 무작정 움직인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몸을 움직이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뿌듯함도 생긴다.

꾸준히 글을 쓰고 공부하는 일,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일단 움직인다!


  우리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설레면서도 동시에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런 감정이 드는 건 그만큼 그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이다. 열정이 없다면 두려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 치부하여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 것이다.  전업맘이든 육아맘이든 하루 24시간은 너무도 바쁘다. 그런 와중에 영어공부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거다.  만약 시작하기에 앞서 두려움과 불안감이 휩쓴다면 딱 두 가지만 실천해보자. 하얀 종이 위에 마음껏 나를 칭찬해보기, 그리고 일단 움직여보기. 흔들리는 순간은 매번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나의 장점이 가득한 종이를 들여다보고 “오늘도 쓰러지지 않고 잘 견뎠어.”라고 자기 자신에게 칭찬해주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머리보다는 행동이 앞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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