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북으로 리스닝과 스피킹을 동시에?
영어 원서를 읽기 시작한 후로는 영어 원서 오디오북을 통해서 쉐도잉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는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공부법과 비슷하다. 단지, 공부 재료가 영화에서 영어 원서로 바뀐 것뿐이다. 영어 원서로 공부하니 스크립트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하고 좋다. 나는 주로 영어 원서를 읽고 필사한 다음, 마지막에 오디오 북을 활용하는 편이다. 이미 책의 내용을 파악한 후라 훨씬 잘 들린다. 또한, 내 목소리로 영어 문장을 들으면 머릿속에 더 오랫동안 남게 된다.
그렇다면, 초급 학습자나 영어 원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듣기와 말하기 훈련을 하면 좋을까? 역시 앞서 말한 나의 쉐도잉 공부법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다만 분량과 난이도 조절이 중요하다. 자신의 영어 수준에 맞는 영어 원서를 준비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오디오 파일을 구해야 하는데, 보통 초급 학습자라면 챕터 북이나 graded readers 낮은 레벨의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들은 구매할 때 음원 파일이 함께 제공된다. 하지만 일반 단행본 같은 경우는 대개 직접 파일을 구해야 한다. 나는 주로 ‘Audible 오더블’이라는 어플을 이용한다. 오더블은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북 서비스이며 회원 가입 후 유료서비스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서 듣는 경우는 자투리 시간이나 이동시간을 활용해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혹 유튜브에 책 제목을 쳐보기도 하는데 오디오 파일을 구할 수 있는 책도 있다.
초보 학습자의 경우 영어 문장을 눈으로 보고 충분히 익힌 후에야 듣고 말하기가 수월해진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꼭 텍스트를 보면서 음원 파일을 들어야 한다. 순서를 정리하자면, 영어 원서 읽기 -> 필사하기 -> 음원 파일 듣기 -> 낭독하기가 되겠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짐에 따라 오디오북만 듣거나 스스로 낭독을 해보아도 좋다.
나는 이 방법을 통해서 원서 읽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영어 단어를 보면 꼭 한국어 단어를 글자형태로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식으로 해석을 했는데, 이제는 그런 단계를 다 건너뛴다. 영어와 한국어 단어를 일대일 매칭시키지 않아도 글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단어가 그림으로 바뀌는 현상을 경험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한 가지 더 큰 장점을 얻게 된다. 바로 아이의 영어 귀가 트인다는 것이다. 영어 원서 낭독은 틈새 시간을 이용하거나 잠깐 짬이 났을 때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공부법이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책을 소리 내어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영어책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소리를 배경 삼아 낮잠을 잘 수도, 혼자서 잘 놀 수도, 책을 볼 수도 있다. 엄마가 영어 공부를 하는데, 덤으로 아이의 영어 귀까지 트인다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세계 부호이자 고고학자인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은 그의 자서전에서 15개 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공개했다. 그만의 노하우는 바로 책을 수십 번 낭독해서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외우는 게 힘들었지만, 이 공부법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외우는 시간이 단축되며 기억력이 강해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것처럼 날마다 영어책을 낭독하면 책을 통째로 외우는 수준까지 가게 된다. 물론 해리포터 원서를 읽는다고 해서 그 책을 몽땅 다 외울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꼭 외우고 싶은 표현은 따로 줄을 쳐놓고 필사를 한 다음 소리 내어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