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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Jay Sep 29. 2020

영어 원서를 읽다가 왕따 당했던 사건이 떠올랐다.

영어 원서, 책 속의 가르침으로 삶을 지혜롭게 사는 법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하게 된 풍경을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

 책과 필기류, 온갖 잡동사니로 정신없는 책상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추억이 담긴 물건을 마주할 때.

 차 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곡의 노래가 내 가슴속 깊이 묻어둔 추억을 건드릴 때.

 책을 읽다가 어느 글귀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때.     

 

 




 살다 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생각들에 잠길 때가 많다. ‘어쩌다 이 생각을 하는 거야?’라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메시지를 되뇌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짐을 하기도 한다. 나는 영어 원서를 읽으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가 많다.

 <Wonder> 소설을 읽으면서 내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소설 속 주인공 August는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났다. 다른 친구들과 생김새가 다르고 책 속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괴상한 외모를 가진 아이다. August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요즘 세상을 겪게 된다. August의 손길이 닿는 곳은 불길하다며 피하는 친구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August를 ‘그냥 아이’로 바라봐주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가 있다. Summer라는 친구다. Summer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He’s just a kid. The weirdest-looking kid I’ve ever seen, yes. But just a kid. I do admit August’s face takes some getting used to. I’ve been sitting with him for two weeks now, and let’s just say he’s not the neatest eater in the world. But other than that, he’s pretty nice. 어거스트는 그냥 아이일 뿐이다. 지금껏 본 중에 가장 이상하게 생긴 아이. 하지만 그냥 아이. 솔직히 말해서 어거스트의 얼굴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어거스트와 함께 앉은 지 이 주일이 다 되어 가지만 어거스트가 먹는 모습을 깔끔하다고 칭찬하기는 곤란한 게 사실이다. 그것만 빼면, 어거스트는 정말 좋은 애다.

 

영어 원서 <Wonder>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제주도로 전학을 갔던 순간이 생각났다. 경상도가 고향인 나는 제주도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할뿐더러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새로운 반 친구들과 말을 하려고 해도 내 사투리가 부끄러웠고 또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너무 불편했다. 그러면서 나는 점차 말 수를 줄였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멀어졌다. 나는 그렇게 ‘은따(은근히 따돌림)’을 당했다.

 한 번은 자습시간이었는데 내 등 뒤쪽에 아이들이 모여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내가 평소에 하는 행동이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놀리고 있던 거다. 그랬다. 나만 빼고 모두가 나를 비웃고 욕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소풍을 갔을 때 입었던 내 복장을 ‘경상도 시골에서 온 아이 옷 스타일’이라고 말하며 웃고 있던 아이들. 15년 인생 처음으로 엄청난 배신감과 모욕감, 자괴감이 들던 순간이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렸다. 고개를 들 수도, 뒤돌아볼 수도 없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평소에 말을 별로 한 적은 없던 친구지만, 내게 말을 걸어왔다.

 “화장실에 같이 안 갈래?”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그 친구의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갔다. 아이들이 내 욕을 하는 것 같다고 자기는 그 아이들이 이상하다며 나를 위로했다. 결국, 내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후로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단짝 친구가 되었다. 대신 그 친구는 나와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함께 반에서 은따를 당했다. 평소에도 그 친구가 아이들이랑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괜히 나 때문에 더 아이들이랑 멀어진 것 같아 늘 미안했다. 졸업할 때까지 우린 계속 단짝 친구였다. 고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진학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아직도 SNS를 통해서는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지내는 사이다.


 

 아직도 그 친구가 내게 왜 다가와 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내가 다른 지역에서 전학 온 그저 평범한 아이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과 쓰는 사투리도 다르고, 옷 입는 스타일이 후지고, 성격이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그냥 ‘다른’ 배경을 가진 평범한 아이. 그리고 20년이 지난 일이지만 다시 한번 그 친구의 용기와 배려에 감사했다. 진심으로. 그리고 나는 내 아이가 커서 내게 다가온 그 친구처럼 용감한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남들이 손을 내밀지 않는다고 하여 별생각 없이 똑같이 행동하는 게 아니라 배려와 사랑으로 먼저 다가갈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 그러려면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우리를 새로운 세상 속으로 데려다준다고 한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고, 괴로운 순간을 떠올릴 수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가치관을 새롭게 가질 수도 있게 한다. 그리고 학교나 기관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나는 소중한 추억도, 괴롭던 추억도 모두 환영한다. 책을 통해 만나는 모든 순간들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며 지혜롭게 삶을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교훈을 전해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영어 원서를 읽는다.


책 한 권, 커피 한 잔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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