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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Jay May 23. 2020

'욱'하던 나를 '우아한'엄마로 만들어 준 영어 공부

아이는 방해꾼이 아니라 영어공부 파트너다.

 나는 저녁 시간대가 가장 바쁘다.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는 집중적으로 집안일과 육아가 함께 몰아치는 때이다. 아이 저녁 먹이기와 목욕시키기, 남편 저녁 준비하기, 설거지, 주방 정리, 남은 집안일을 하다 보면 4시간을 철저히 집안일과 육아에만 매달린다. 그러다 보니 저녁에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는 모든 게 신기하고 즐겁다!





 어느 날이었다. 나는 저녁 준비와 육아로 인한 온갖 잡다한 일들을 소화하고 있었다. 아이는 거실 한쪽 구석에서 볼풀(작은 공)을 던지며 놀던 중이었다. 순간 어지러운 집 꼴이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치울 틈조차 없었다.

 아이가 던진 알록달록한 작은 공들은 데굴데굴 굴러 내가 바삐 움직이는 동선까지 침범했다. 바로 그때였다. 냉장고에서 싱크대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던 나는 미끄덩한 물건을 밟았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고꾸라졌다. 공을 밟은 것이었다. “아악!” 소리를 지르며 넘어진 엄마 모습에 당황한 아이는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엉덩이와 손바닥이 아팠다. 그러자 짜증이 확 밀려왔다.


 

  “아 쫌!!! 엄마가 던지지 말랬지!”

 결국, 나는 기분 좋게 잘 놀고 있는 아이에게 찬물을 끼얹었고 말았다. 내 목소리, 표정, 눈썹 모양을 유심히 살펴보던 아이는 입술 모양을 ‘시옷’ 모양으로 만들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겨우 만 두 살 지난 아이가 뭘 안다고 나는 그렇게 화를 냈던 걸까.



감정이 솟아나는 모든 곳에는 ‘고정관념’이라는 전제가 분명 있다네. 기쁨이 됐건 슬픔이나 분노가 됐건 무슨 감정이든 간에 ‘그 사람이 제멋대로 믿어 버린 고정관념’이 전제가 되기 마련이지. ‘눈앞의 사건이 원인’이라고 단단히 착각한 게야. 진짜 원인은 그것을 제멋대로 ‘나쁘다’라고 믿어버린 그 사람의 고정관념인데 말일세. 결국, 모든 원인은 그 사람에게 있다네.


<하느님과의 수다> 사토미쓰로 저



 <하느님과의 수다>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글에 따르면, 나는 공을 던지며 노는 아이를 보고 ‘나를 힘들게 하며, 방해한다.’라고 믿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왜 아이의 행동을 ‘방해’라고 판단했는지를.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3년 전, 예상치 못한 임신과 극심한 입덧으로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다시피 그만두었다. 그 이후로 경력 단절이라는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아이는 사랑스러웠지만, 아이가 커 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져만 갔다. 경단녀에서 벗어나려면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 하고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내어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까지 생긴 것이었다. 빨리 내 할 일을 마치고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집안을 어지럽히기라도 하면 아이 때문에 방해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잠든 후 공부한답시고 책을 펼치면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자꾸 아이에게 화냈던 순간들이 떠올라 후회하느라 시간을 더 잡아먹기 일쑤였다. 행복하고 멋진 엄마가 되겠다던 나의 다짐은 어느새 아이를 방해꾼으로 내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죄책감만 늘어갈 뿐이었다.     



I squeeze myself into the subway car. People are crowded all around me. I can either get annoyed or think it's fun that I don’t have to grab a handrail. People react differently to the same situation. If we look at it more closely, we see it’s not the situation that is troubling us, but our perspective on it.
몸을 구겨서 지하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앞뒤, 옆, 사람이 꽉 찼네요. 이 순간 우리 마음은 짜증을 부릴 수도 있고 헤헤, 손잡이 잡지 않아도 된다고 재미있어할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은 이처럼 반응들이 달라요. 왜냐하면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고, 알고 보면 내 마음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The things you can see only when you slow down>



 혜민 스님의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영어 번역판 <The things you can see only when you slow down>에 나오는 구절이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랬다. 아이가 내 시간을 빼앗는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집안일을 함과 동시에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 후로는 내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녁상을 차리거나 아이 밥을 먹일 땐 영어 동요나 아이가 좋아하는 ‘Caillou’ CD를 함께 듣는다. “엄마!”하고 부르기만 해도 짜증이 섞인 목소리와 표정으로 “왜?” 하고 대답하던 나는 “밥 다 먹었어요?”, “재밌게 놀고 있어요?”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왕이면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려고 한다. 아이를 방해꾼으로 생각하지 않고 영어공부 파트너라고 생각하니 조급함과 나의 짜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앞서 <The having>이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If you enjoy your money with positive energy, you will certainly draw in more money. Energy is the cause, and matter is the effect that follows from it. Real rich people are those who know how to enjoy happiness as they spend money. How much is in their wallet right at that moment isn't important. Having begins when you can focus on the thought that ‘Right now, I have money.’ even if you only have a single dollar.
긍정적인 에너지로 돈을 누리면 반드시 더 큰돈을 당겨올 수 있어요. 에너지는 원인, 물질은 결과로 따라오죠. 진짜 부자는 돈을 쓰면서 그것을 기쁨으로 누릴 줄 알죠. 지금 주머니에 얼마가 있는지는 중요치 않아요. Having은 단돈 1달러도 '지금 나에게 돈이 있다'는 것에 집중하는 데서 시작해요.






 부자가 되려면 현재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이만큼의 돈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과 행복을 느끼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 좋은 기운은 더 큰돈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비록 돈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간 부자’가 되고 싶다. 늘 더 많은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현재 내가 가진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영어 CD도 듣고 단 한 문장이라도 영어로 말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이가 내 영어공부 파트너가 되어주어서 고맙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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