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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Jay May 31. 2020

영어 원서를 동시에 여러 권 읽는다고요?

산만한게 아니라, 효율적인 영어 원서 읽는 방법이야.

 엄마들은 외출 전에 참 바쁘다.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을 보면 그렇다. 남편과 아이는 씻고 로션 바르고 옷 입으면 끝이다. 반면에 나는 준비하는 데 한참이 걸린다. 스스로 ‘외출모드 상태 ON’을 만들어 놓고 나면 본격적으로 기저귀 가방을 챙긴다. 기저귀 가방 속엔 기저귀만 넣는 게 아니다. 아이 간식, 물티슈, 손수건, 여벌 옷, 아이 장난감, 물 등 아이를 케어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넣는다. 나는 추가로 밖에서 읽을 영어 원서까지 챙긴다. 가방을 챙기고 나면 집 상태를 확인한다. 이왕 나가는 김에 버려야 할 쓰레기가 있는지, 세탁기 안에 건조를 기다리는 꾸깃꾸깃한 빨래가 있는지, 빠트린 물건은 없는지 등 짧은 시간 안에 온 집안을 둘러보며 외출준비를 마무리한다. 





  한 번은 외출준비를 하는 데 평소보다 시간이 더 지체된 적이 있다. 내가 찾는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였다. 사실 영어 원서를 찾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는 나를 지켜보던 남편이 뭘 찾느냐고 물었다. 영어책을 찾는다고 대답하니 아까 읽던 책, 책상 위에 두지 않았냐며 되물었다. 

 아, 그 책 말고 외출용 원서 찾는 중이야.

 외출용 원서라니. 영문을 알지 못한 남편은 갸우뚱거리더니 묵묵히 나를 기다려주었다. 한참 후에 식탁 옆 구석에서 원서를 발견했다. 얼른 가방에 챙기고 집을 나섰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외출용 원서’를 챙겨 나갈 수 있어서 마음만큼은 든든했다.



 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원서를 읽는 편이다. 한 권의 원서를 끝까지 꼼꼼하게 다 읽고 필사까지 완벽하게 할 때가 있는 반면에 어떤 원서는 술술 읽어 넘기면서 영작할 때 도움이 되는 문장만 표시해두고 필사하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하루 중 아이가 잠든 후 주어지는 시간만을 이용해서 원서를 읽기도 하고, 가끔은 틈새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을 때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곤 한다. 한 번에 여러 권의 원서를 읽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산만한 것 아니냐’,‘한 번에 어떻게 여러 개의 이야기를 읽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이 방법이 가장 시간 활용도가 높은 원서 읽는 방법이 되어 버렸다. 



 나는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읽는 책, 외출할 때 읽는 책, 혼자만의 시간에 읽는 책을 따로 정해서 읽는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책을 집중해서 읽는 게 힘들다. 그건 한국어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이가 말을 걸지 않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쓱 봐도 내용이 이해가 가는 쉬운 레벨의 원서이거나 이미 영화나 한국어 번역서로 줄거리를 알고 있는 영어 원서가 좋다. 그래야 중간중간 흐름이 끊겨도 금방 내용을 기억하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읽은 책. <Before Sunrise and Before Sunset>


 

외출용 영어 원서는 가벼운지 아닌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가방 속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얇은 두께이거나 내용이 흥미로운 것이면 더욱 좋다. 

 가족과 함께 외출할 때 남편이 주로 운전을 하고 나는 아이와 뒷좌석에 앉는다. 아이는 주로 창밖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는데, 그 시간에 원서를 읽고는 한다. 혼자서 외출할 땐,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방법이지만)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가 걸리면 얼른 책을 펼쳐서 단 한 문단이라도 읽는다. 물론 신호를 중간중간 확인하면서. 얼마 전에는 자동차 정기 검사 하러 갔는데 30분 정도 기다려야 된다길래 대기 시간 동안 원서를 펼쳐 읽기도 했다. 



외출할 때 읽는 책 <Dying to be Me> -얇지는 않지만 무게가 가볍고 번역서로 읽은 적이 있어서 외출용으로 선정했다

 


아이가 잠든 후에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을 선택한다. 주로 모르는 어휘가 많은 책이거나 등장인물이 많아서 이름을 잘 외워야 하는 소설류이다.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읽은 <Charlotte’s Web>이 그랬다. 사실 아동용 소설에 책이 얇아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웬걸. 농장에 관련된 단어가 왜 이리도 많이 등장하는지, 사전을 찾아가며 읽느라 애썼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우는데도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To perform at your best, you need to think about productivity in a different way from most people working today. Your ability to use your working time well, to be highly productive, and to get more done faster and of better quality will have more of an effect on your career than any other factor. Productivity is achieved when you plan, organized, set priorities, and concentrate on the most valuable use of your time, all day long.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저서 <Master you time, Master your life>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려면, 웬만한 사람들보다도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생산성은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둔 다음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할 때 향상된다는 것이다. 

 ‘시간 관리’는 시간에 쫓기는 엄마들에게 필수조건이다. 사람마다 시간 관리를 위해 실천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어떤 엄마는 집안일을 뒤로 미루기도 하고, 또 어떤 엄마는 잠을 줄여가며 읽고 싶은 책을 읽을 것이다. 나는 시간과 목적에 따라 다른 책을 선택해서 읽는다. 일단 읽고 싶은 원서의 목록을 적은 다음일과 중 어느 시간을 활용해 어떤 책을 읽을지 미리 생각해둔다. 






 한때 영어 원서를 더 잘 읽고 싶은 마음에 독서 고수들의 이야기를 참고해보기도 했고, 유명 영어 강사들이 추천해주는 방법으로 원서를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내게 딱 맞는 독서법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독서 고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영어 원서 읽기 박사도 아니다. 한 번에 여러 권 읽기는, 그저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된 나만의 독서법이라고나 할까. 이 독서법이 시간에 늘 쫓기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아이에게 읽어 주는 책. 물론 아이는 아직 큰 관심이 없다. 듣는 둥 마는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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