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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Nov 13. 2023

14 스타벅스는 아침 일곱 시에 문을 연다(1)

 언제부터 한국인들에게 커피가 이리도 필수품이 되었단 말인가.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67잔에 이른다.(2020년 조사) 세계 1위인 프랑스(551잔) 바로 다음 순위. 3위인 미국(327잔)보다 앞선다. 서울에만 600여 곳의 스타벅스가 있다. 이디야, 메가, 할리스, 투썸, 컴포즈 등등 프랜차이즈 카페를 언급하려면 아예 새로운 매거진으로 다뤄야 할 정도이고, 동네카페까지 얘기하면 이 글은 전집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인터브랜드의 2022년 Best Global Brands 중 스타벅스는 51위에 위치한다.(출처 : Interbrand) 

 세계적인 브랜드 분석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는 매년 'Best Global Brands'를 발표한다. 인터브랜드의 가치 산정 데이터는 다양한 기업, 정부, 기관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높다. 한국인들에게도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는 잘 알려져 있다. 삼성을 비롯한 현대와 기아가 100개의 브랜드 안에 당당히 포진하게 된 지 꽤 오래됐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Top 5개의 브랜드에 속해 있을 정도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인 스타벅스 또한 당연하다는 듯 100개의 브랜드 내에 속해 있다. 2022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스타벅스는 51위에 위치해 있으며 140억 달러 규모의 가치로 산정된다.


 그런데 필터의 '섹터' 부분을 '음료'로 설정하면 스타벅스가 나오지 않는다. '레스토랑'으로 해야 스타벅스가 나온다. 스타벅스의 섹터가 '카페'가 아니라니. 재밌는 사실이다. 




'아메리카노'의 '원조 할머니 국밥'


 스타벅스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무렵에는 '아메리카노'라는 커피 자체가 하나의 사치처럼 일컬어지기도 했다. 특히 스타벅스는 '미국식 문화를 따라가고 싶은 철없는 젊은이들이 멋 부리려고 몇천 원씩이나 커피값으로 지출하는 곳'의 이미지가 짙었다. 한국의 이성 혐오의 초창기 어젠다 중 하나인 '된장녀'의 필수 요건에도 스타벅스는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비난하는 사람과 추앙하는 사람은 다른 장소에 존재한다. 온라인상의 시선과 별개로 '미국스러움'을 앞세운 스타벅스는 대중들의 마음을 빠르게 장악했다. 


 아메리카노를 선봉장 삼아, 다방 아닌 카페의 인기가 늘어나고 동네마다 커피 프랜차이즈가 여러 개씩 자리 잡게 되자 스타벅스는 어느새 고급 커피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성장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이미지를 구축해 갔다. 


대한민국 카페 프랜차이즈 점포수(출처 : 공정위, 노마, KBS 기사)

 이를테면 '이디야' 하면 사람들은 바로 '남색'을 떠올린다. 한때 가장 강력한 프랜차이즈였던 '카페베네'에 대해 우리가 기억하는 색깔은 '옅은 갈색'이다. 사실 커피는 대부분 비슷한데, 프랜차이즈들은 이 비슷한 커피를 각자가 가진 색깔로 포장함으로써, 고객들이 특정 이미지를 구매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유도했다. 신생 프랜차이즈들도 이 전략을 잘 따라가고 있다. '메가커피'에서 노란색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꼭 색깔이 아니라도 프랜차이즈들은 나름의 차별점을 구축해 왔다. 회색과 빨간색이 떠오르는 투썸은 달달하고 꾸덕한 케이크를 떠올리게 된다. 할리스는 매장에서 공부하기 편안하다. 빽다방에서는 백종원 아저씨가 바로 떠오르고, 폴바셋은 특유의 커피맛과 에그타르트, 아이스크림이 쉽게 연상된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사례를 길게 얘기했지만, 사실 이런 이미지를 바로 떠올리기 쉬운 프랜차이즈가 스타벅스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스타벅스 그린


 이 매거진의 제목인 '설명이 필요 없음'을 스타벅스는 '설명하지 않고도' 보여준다. 스타벅스의 커피맛이나 음식들을 비판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어떤 카페인지 설명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스타벅스는 이제 20년을 넘긴 문화로 자리 잡았다. 2023년 작성일 기준 매장수는 1804개.(출처 :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아예 '카페'의 바이블을 넘어서 '문화'의 바이블로 자리 잡았다. 앞서 설명한 프랜차이즈들에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를 구구절절 나열했지만, 스타벅스만큼 '초록색'이 바로 떠오르는 프랜차이즈 카페도 없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스타벅스는 아예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스타벅스 카드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초창기에 도입했고, 대형 플랫폼의 '선물하기' 기능에도 가장 접근성이 높다. '빅맥지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됐다. 


 커피에 극단적으로 예민한 1%의 커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스타벅스는 '제일 맛있는 카페'는 결코 아니더라도 '실패는 없는', '기본은 하는' 카페로 인식된다. 게다가 리저브 매장으로 이 커피 본연의 가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로밸 : '오리지널'과 '로컬라이징' 사이의 밸런스


 이제 한국의 스타벅스는 꽤 많은 부분에서 한국화를 거쳤다. 연말이면 진행되는 '스타벅스 프리퀀시'는 뉴스 기사에서도 매년 보도될 정도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는 자주 자동차 줄이 늘어서 있다.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고 자란 세대들이 성인이 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과거에는 '스타벅스 텀블러를 들고 대학 교재를 반대편 손에 들고 걷는다'가 보여주고 싶은 일종의 젊은이들의 이상향이었지만, 이젠 '스타벅스 텀블러'가 그다지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편안함을 느낀다.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더욱 압도적이다.(출처 : 유로모니터, 중앙일보 기사)

 스타벅스에 만족감을 느끼는 건 한국에 한정된 게 아니다. 미국 스타벅스 1호점은 관광지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국에 처음 스타벅스가 자리 잡았을 때처럼, 스타벅스의 가장 큰 제공 가치는 여전히 '미국' 그 자체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가장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 그 자체로 스타벅스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 논리라면 한국에 들어온 모든 미국발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려야 한다. 그러나 스타벅스만큼의 인기를 누리는 외국 프랜차이즈는 드물다. 오히려 한국 프랜차이즈들을 이기기도 쉽지 않다. 


 '미국'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을 입은 스타벅스는 대체 뭐가 달랐을까. 


('15 스타벅스는 아침 일곱 시에 문을 연다(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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