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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Nov 27. 2023

16 카페는 무엇을 파는가

 지난 편 '스타벅스는 아침 일곱 시에 문을 연다'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예정에 없던 주제로 한 편을 편성했다. 

 카페는 과연 무엇을 파는가? 



왜 '커피'의 원가를 '카페'에서 생각해야 하지?


 으레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를 산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커피를 사는 사람도 있다'가 답에 가까워 보인다. 진정으로 생각해 보자. 정말 우리는 '커피를 사러' 카페에 가는 것일까.


 한국에서 카페 문화가 갓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절, 그러니까 2000년대 초반에 자주 보도되던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커피의 원가'이다. 이를테면 '커피 한잔에 들어가는 원두의 가격',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 등에 대한 내용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3~4천 원이던 시절, 당시의 보도들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선명했다. 바로 "커피는 비싸다"는 것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도 '카페 커피의 원가'에 대한 기사가 종종 등장했다.(출처 : 충북일보)


 이 시기보다 커피 값이 더 오른 2023년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카페의 커피는 '커피 원가'에 비해 높은 게 맞을 듯하다. 5천 원짜리 아메리카노에서 원두나 컵 등의 그야말로 '커피값'만 따지면 1천 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커피를 사러' 카페를 가는 건 합리적인 일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과거보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기성 커피의 종류도 훨씬 많아졌고 질도 높아졌다. 집에서 직접 내려먹으면 카페의 커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편의점만 가도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자, 다시 질문해 본다. "카페는 무엇을 파는가?"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만 사는 게 아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구매할 때, '커피'의 원가 비중이 저 정도쯤 된다는 걸 사람들은 모두 알고 간다. 알고도 간다. 커피 한잔의 값에 가게 운영비나 인건비 등등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간다는 말이다. 

 즉,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게 아니다. 공간을 사고 분위기를 사며 여유를 사고 문화를 산다. 

 앞선 편에서 이야기한 '스타벅스는 아침 일곱 시에 문을 연다'는 제목에는 이 요소들이 모두 담겨있다. 고객들은 스타벅스의 커피를 '공간', '분위기'와 함께 구매한다. 무형의 가치들을 함께 구매하면서 '문화'를 맛본다. 아침 일곱 시에 열고 층고가 높은 공간에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바로 그런 문화 말이다.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 커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프랜차이즈별 커피맛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자 좋아하는 브랜드, 자주 찾는 브랜드가 있기 마련이다. 위치가 가까워서, 공간이 넓거나 깨끗해서, 하다못해 직원에게 호감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스타벅스는 자신들이 뭘 팔고 있는지를 확실하고 알고 있다. 




커피'를' 파는 곳과 커피'도' 파는 곳

 

저가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카페들에게 "카페는 무엇을 파는가?"라는 질문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답으로 도출된다.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의 대표주자인 빽다방(위)과 컴포즈커피(아래). 아메리카노는 테이크아웃 시 2천 원 미만이다.

 2천 원 이하의 가격으로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카페라고 가정해 보자. 앞에서 원가 천 원 내외라고 언급한 순수 커피값에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들 카페는 나머지 천 원 내외의 비용에서 운영비나 영업비, 인건비까지 빼고 마진까지 남겨야 한다. 

 이런 카페들은 그래서 커피류 이외의 음료들로 승부를 보거나 디저트의 마진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혹은 아예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매장 운영비를 극도로 축소시킨다. 문화나 여유를 제공하기 위해 양적 질적 투자를 하기보다는 그야말로 커피라는 상품 자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박리다매를 유도하여 주변 카페들 대비 가격경쟁력을 가져가려 한다.


 자, 이제 서울 근교 카페들로 나가보자. 

 주말에 이들 카페를 가려면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한다. 당신이 만약 토요일 두세 시쯤 남한강이나 북한강 근처의 비프랜차이즈 대형 유명카페를 가려한다면 주차장에서부터 고생 꽤나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카페들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가 아님에도 "내 지갑의 돈 좀 가져가 주세요!"라며 줄 서는 고객들을 맞이한다. 아메리카노는 7~8천 원부터 시작하는 곳도 다반사이며 크로와상 한 개에 4천 원은 족히 받는다. 그런데도 고객들은 원가를 계산해 보고는 이들 카페 앞에 침을 뱉고 돌아서기는커녕,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 부지런함을 발휘한다. 

 "카페는 무엇을 파는가?"라는 질문에 "커피!"라고만 답할 수 없는 곳들이다.

서울 근교 카페를 검색하면 공원 수준으로 잘 꾸며진 초대형 카페들을 엄청나게 많이 찾을 수 있다.

 강이 보이는 광활한 풍경, 알맞게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깨끗한 벽과 소파, 함께 온 사람들과 깔깔댈 수 있는 시간과 적당한 온도, 주말에 근교에 나왔다는 상쾌한 기분까지. 고객들이 구매한 7천 원짜리 아메리카노와 4천 원짜리 크로와상에는 이런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고객들은 이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계속 줄을 선다. 그것이 자본주의이다. 




 겉으로 보이는 판매 상품과 실질적인 판매 상품이 '카페'의 경우처럼 범위가 다른 경우는 대부분의 상품에 존재한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먼저 다루었던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아이폰과 갤럭시는 모두 각자의 특색을 가진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지만 사실 고객들은 스마트폰 이상의 무언가를 구매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이 부분이, 시리즈 내내 얘기하고 있는 '소프트 파워'가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다. 판매량이나 매출액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 이외의 무언가. 고객으로 하여금 해당 브랜드에 동화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무언가이다. 

 고객인 우리는 시원하거나 따뜻한 커피 말고도, 분명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카페에서 구매하고 있다. 


('카페는 무엇을 파는가'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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