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테슬라는 교묘하고 영리하게 '추상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체적'인 시장으로 확대한다. 사이버트럭은 그 대표 상품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꽤 거대한 소비자층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지만 왜 새로 출시하는 '트럭'에 열광하는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단지 테슬라라서?
이 부분은 앞 편이었던 스타벅스의 사례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스타벅스가 '미국 스러움'을 통해 견고한 고객층을 확보한 것 말이다.
한국에서도 SUV의 인기가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세단을 좋아한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기호나 계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럭은 이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다. 포터를 타고 다니는 재벌을 본 적 있는가?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사람들의 생활 관습과 주거 구조가 다르다. 한국 사람들은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생활이 대부분이지만 큰 땅덩어리에 살고 있는 미국인에게는 일부 도시지역을 제외하면 공동주택이 매력적인 공간은 아니다. 영화 <나 홀로 집에>에 나온 집을 떠올리면 된다. 이런 생활을 하는 미국인들에게 픽업트럭은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다. 운송수단을 겸하는 이동수단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 사이버트럭은 그야말로 픽업트럭 구매처의 대부분을 차지할 미국시장에 극도로 타게팅된 제품이다. 미국이 첨단 IT 산업의 최선단에 서 있고, 4대 거대 테크기업이 모두 미국의 브랜드인 21세기이지만 여전히 '존 디어(John Deere)' 같은 농기구업체들이 '인터브랜드 100대 브랜드'에 들어갈 정도이다. 아무리 산업이 고도화되더라도 중앙아메리카에 듬성듬성 자리하는 단독주택들까지 전부 실리콘밸리화 되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은 자유라는 가치를 내걸고 선진기업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나가는 나라이면서도, 넓고 비옥한 토지의 축복까지 받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사이버트럭은 사치다. 사이버트럭을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산업군에 속한 사람은 한국인 중에서는 결코 많지 않다. 특히나 테슬라라는 이름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뭐, 물론 자유로움을 갈망하며 귀농한 후 특화된 작물을 재배하는 젊은이들에게 사이버트럭만큼 팬시 하면서도 유용한 차량은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젊은 한국인이 실용적인 이유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사이버트럭에 관심 갖는 이유는 결국 '그것이 미국 스럽기 때문'으로 귀결된다. 좀 더 확대해서 해석해 보자면 '그것이 앞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부터는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다.
테슬라가 차지해 버린 소프트파워의 위상 때문에 이제 그들은 판매 제품이 세단이냐 SUV냐를 초월해 버렸고, 그 범위는 '트럭이냐'에서도 크게 좌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우월주의자들이 처음 모델S와 모델3가 양산되었을 때 던지던 조소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어졌고, 오히려 전통적인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에 따라서 뛰어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된다.
('19 일론 머스크의 작은 퍼즐일 뿐(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