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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광용 Aug 15. 2023

불편하지만 좋은 숙소에서

좋은 점 하나가,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경우가 있다.


제주 여행을 와서 세 번째 숙소에 묵고 있다. 아내가 가성비 좋은 곳이라고 잡은 펜션이다. 이곳은 앞에 묵었던 곳과 달리 빨래하고 널기가 쉽지 않다. 제주 바다에 자주 나가는 우리로선 좋은 조건이 아니다.(3km 떨어진 빨래방에 가서 세탁을 해온다) 방도 침대가 두 개 놓여서인지, 좀 좁게 느껴진다. 에어컨은 덜덜거리고, 창이 하나인데 이걸 열면 마당이 바로 보여서 환기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이곳의 좋은 점이라면, 공용 휴게실이 있는데 아담해도 꽤 분위기가 괜찮다. 여기서 묵은 3일 동안 밤마다 이곳에 올라와서 읽고 썼다. 여행이 끝나고 난 후에,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들 중에 이곳이 가장 기억날 것 같다. '함께 여행'뿐 아니라, '홀로 여행'도 가능하게 해 준 곳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인프라에 조금 불편했지만, 3일 동안 밤마다 누렸던 풍요로운 시간은 그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기 충분했다. 난 지금 그 휴게실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낮과는 또 다른 여행, 휴식의 순간.


난 이 공간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런 공간과 비슷한 사람이 있지. 숱한 결점을 지녔지만, 그걸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드는 강점을 지닌 사람. 어딘지 완벽하게 갖춰지지 못했지만, 하루 이틀 사흘.. 함께 지내며 시간이 지날수록 풍요로운 기억을 만들어 주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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