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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광용 Oct 27. 2023

목욕탕에 다녀와서

오래간만에 목욕탕엘 다녀왔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평화로운 기운이 마음 밑바닥에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헬스사우나 멤버십 가입만 해놓고 이번 달 첫 방문이었다. 다음 달부터 그만할 생각이었으나, 해제 시기를 놓쳐서 다음 달까지 하고 끊을 계획이다. 가입할 때부터 이럴 줄 알았건만.. 슬픈 예감만 확인한 셈이다.


목욕탕은 친한 친구와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고교시절, 절친과 목욕탕 온탕에 몸을 담그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었다. 따뜻한 물은 때를 불릴 뿐 아니라, 마음도 살살 풀어지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때의 우리는 많은 생각과 비밀을 공유했었다. 가장 중요한 화제는 단연, 좋아하는 여학생에 대한 얘기였다. 그리고 일상의 불만들, 설익은 생각들도 나눴다.


 그 친구는 지금 다른 도시에 사는데, 지금도 가끔 그 친구와 통화할 때면, "언제 만나면 목욕탕이나 가자."며 끝을 맺곤 한다. 목욕탕에 가자는 말은, 묵혀둔 많은 얘기를, 섣불리 꺼내 놓지 못했던 내밀한 대화를 하자는 의미다.


 친구는 이민을 준비 중이라, 우리의 합의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그도 목욕탕에서 나누었던 고교시절의 추억을 가끔 꺼내 보는 건 확실하다. 그런 확인이 어디냐. 바빠진 삶에, 그거면 됐지. 그래도 언제 목욕탕 대화는 꼭 한번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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