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내가 설거지를, 내가 빨래를 분담하던 시절, 우린 서로 이런 얘길 하곤 했다.
아내가 나에게, "컵을 몇 개나 쓰는 거야. 물 한 잔 마시고 얼마 안 있다가 또 다른 컵을 쓰네. (완전히 컵 플렉스 해버리는구먼)"
내가 아내에게, "하루에 수건을 몇 개나 쓰는 거야. 세수할 때마다 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완전히 수건 플렉스 해버리는구먼)"
우린 서로, "에이 그 정도로 쓰진 않았다"며 항변하곤 했다.
컵 하나, 수건 하나가 쌓일 때마다 노동 시간이 늘어나는 마법에 걸리던 시절의 일이다.
그런 묘한 견제도 옛날 일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빨래, 설거지 모두 내 몫이 되었고, 이젠 식세기와 건조기 형제가 내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이젠, 아내가 아침, 저녁마다 새 수건을 꺼내 쓸 때, "우리 아내, 완전 수건 플렉스 해버리는구먼~" 하며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 아내는 나의 컵 플렉스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까, 감자튀김을 찍어 먹을 케첩을 짜려고 작은 종지를 찾았는데 안 보이지 뭐야. 국그릇에 짰지. 완전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