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광용 Jul 11. 2023

어떤 플렉스

예전에 아내가 설거지를, 내가 빨래를 분담하던 시절, 우린 서로 이런 얘길 하곤 했다.


 아내가 나에게, "컵을 몇 개나 쓰는 거야. 물 한 잔 마시고 얼마 안 있다가 또 다른 컵을 쓰네. (완전히 컵 플렉스 해버리는구먼)"

 

 내가 아내에게, "하루에 수건을 몇 개나 쓰는 거야. 세수할 때마다 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완전히 수건 플렉스 해버리는구먼)"

 

 우린 서로, "에이 그 정도로 쓰진 않았다"며 항변하곤 했다.

 컵 하나, 수건 하나가 쌓일 때마다 노동 시간이 늘어나는 마법에 걸리던 시절의 일이다.


 그런 묘한 견제도 옛날 일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빨래, 설거지 모두 내 몫이 되었고, 이젠 식세기와 건조기 형제가 내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이젠, 아내가 아침, 저녁마다 새 수건을 꺼내 쓸 때, "우리 아내, 완전 수건 플렉스 해버리는구먼~" 하며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 아내는 나의 컵 플렉스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까, 감자튀김을 찍어 먹을 케첩을 짜려고 작은 종지를 찾았는데 안 보이지 뭐야. 국그릇에 짰지. 완전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