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엔 동네 내과에 딸린 건강검진센터에서 직장 건강검진을 받았다. 12시 반이 마치는 시간이었는데, 난 제일 마지막으로 수면 위내시경을 했다. 마칠 시간이 다 돼서인지, 간호사가 조금 일찍 깨운 것 같았다. 정신이 혼미하고 속도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잘 걸을 수도 없었다. 침상에서 나와서도 대기실 의자에 한참 앉아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퇴근할지도 모른다고, 얼른 내려가서 설명을 들으라는 말에, 초인적인 힘으로 균형을 잡고 1층으로 내려갔다. 위염~ 어쩌고 하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정확히 그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약국을 들른 것 같은데, 장면의 디테일이 날아가버렸다.
집에 돌아와서, 웃옷을 벗고 침대에 뛰어든 기억은 난다. 두 시간쯤 잠을 자고 일어나니 그제야 움직일만했다. 그땐 이미 오후도 거의 다 지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장인 장모님을 따라서 아내의 이모 댁에 김장하러 가는데 따라갔다. 장모님이 아내에게 같이 저녁 먹으러 오라고 했는데, 아내도 속이 안 좋고, 나도 내시경 여파로 비실거린다고 거절했단다. 덕분에 아이들 없이 주말 밤 시간을 보내게 됐다.
아내와 <놀면 뭐하니>를 같이 보고 나서, 아이들 빨래를 널고는 스터디 카페로 왔다. 난 스터디 카페의 의자에 앉을 때마다 조금 두려운 마음을 느끼곤 한다. 언제까지 여기에 와서 읽고 쓰는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나 가족 중의 누군가 아프거나, 또 예측 못한 일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멀어질 곳이 이 자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펴면서, 노트북 자판에 손을 올리면서 기도한다.
"아주 오래,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도 감사합니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