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을 보고서는, 보기에도 잘 빠진 스포츠카를 타고 이 동네 저 동네를 정신없이 달리고 길 중간에 내린 기분이 들었다. 타고 있을 땐, 스릴 있고 정신없었지만 내리고나니, 아 그 동네에 갔던 의미는 그거였어. 다음 동네는 이것 때문에 간 거구나, 하고 납득이 간다. 그 납득은 체감과 직관을 통해 온다.
스포츠카를 타고 있을 땐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내린 후엔 봤던 장면들이 잔상으로 남아 또 다른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근데, 여긴 어디야? 도착지가 처음 출발한 곳이나, 목적지가 아닌 거야? 길 중간에 서서 잠시 생각한다. 나를 내려주고 떠난 스포츠카를 간절히 다시 타고 싶다.
<이터널스>는 해설사를 태우고 가다가 정류장마다 서서 해설을 듣고 가는 시티투어버스를 탄 기분이었다. 뭔가 새로운 풍경과 정취에 젖어들만하면, 버스가 선다. 그리고 마이크를 든 해설사의 해설이 시작된다. 아, 그냥 느끼고 싶은데. 해설을 듣고 버스가 다시 출발하면, 볼만한 바깥 풍경이 이어진다. 이야, 이런 동네가 있었구나, 하고 감탄하기 직전에, 다시 버스가 선다. 해설사가, "아, 아," 하며 다시 말을 시작한다. 조금 체념하고 해설사가 썰을 푸는 과거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지정된 정류장에 버스가 선다. 버스정류장에는, "해설사를 태운 버스는 다시 돌아옵니다."라는 푯말이 적혀있다. 난 생각한다. '뭐, 나쁘지 않은 투어였어. 그렇지만, 똑같은 버스를 다시 타고 싶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