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하루

by 송광용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난 쮸쮸바를 떠올린다. 좁은 튜브에 샤베트가 가득 들어차서 이로 깨무는 순간, 시원한 샤베트가 축포처럼 내 입안에 쏟아진다.

쮸쮸바는 상기시켜준다. 조그만 압력만 주어져도 입구를 향해 돌진하는 간절함이 생긴 건, 매일 처리해야 할 일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단단히 둘러싸고 하루를 팽팽하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결혼 전, 혼자 지낼 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여유 시간이 내게 주어졌었다. 하지만 지금보다 많이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에는, 간절함을 갖기 힘들다. 튜브 안에 반쯤 녹아버린 샤베트가 헐거운 채로 담겨있는 모양이랄까. 쮸쮸바를 집어 들면 샤베트는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래서 난 지금의 팽팽한 상태가 나쁘지 않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서면서, 어떻게 하면 책 읽을 틈을 좀 만들어낼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는 일도 좋다. 최근 휴일마다 들르는 공원 안 카페에서, 난 쮸쮸바를 베어 문다. 샤베트가 축포처럼 입안을 채운다.


난 문득, 아이들이 다 자라서 우리 곁을 떠나고 한가해진 노년의 나를 떠올려보았다. 지금처럼 밖에 나와 책을 읽는 게 재미있을까? 여러 번 생각해도, 쉽게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문제집 아래에 무협지를 숨겨보던 그 간절함은,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는데도 삶의 원리처럼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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