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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엘리베이터에는 점검 기술자의 사진이 있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를 때마다 그 얼굴을 유심히 보게 된다. 어느 순간, 그의 얼굴이 머릿속에 콕 박혔다는 걸 깨달았다. 언젠가 길을 가다가 그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어, 어, 아는 얼굴인데.. 별로 친하지 않았던 동창인가.. 하며 기억 속을 헤집을 것 같다.
끝끝내 그가 누군지, 왜 낯익은지 기억나지 않으면, 그의 시선을 피하며 일말의 죄책감을 품은 채 그를 지나치게 될 것이다. 불필요한 죄책감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이런 사진을 붙여 놓을 이유가 뭔가. 얼굴을 걸고 엘리베이터 관리에 최선을 다하라는 상부의 묘안 같지만, 얼굴 공개로 프로다움을 압박하는 방식은 좀 구시대적인 것 같다.
사진이 공개된 기술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갔을 때 종종 자신을 유심히 쳐다보는 시선을 느껴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 역시, 누구지? 별로 친하지 않은 동창인가, 하고 의구심을 가졌을지도. 기술자의 성향에 따라 그런 시선을 즐길 수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의 초상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라면 그도 예외일 수 없다.
기술자의 사진이 없는 엘리베이터의 고장률이 훨씬 높다는 데이터를 누군가가 들이밀며, "사진이지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으면 엘리베이터도 고장을 최대한 조심합니다."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어지겠지만.
2
인생 떡볶이라고 손에 꼽을만한 떡볶이를 파는 푸드트럭이 거의 매일 아파트 단지 앞에 온다. 미세먼지가 나쁜 오늘도 어김없이 푸드트럭은 왔다. 미세먼지는 유감이지만, 본능적으로 떡볶이를 먹어줄 시기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1인분을 샀다.
어린이집에 둘째를 데리러 가는 길에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앤이 회오리 감자 사 오래. 민트색 트럭을 봤대."
회오리 감자와 탕 우루, 소떡소떡 같은 꼬지형 간식을 파는 민트색 트럭은 가끔 오는데, 앤이 하원 하는 길에 트럭을 본 모양이다. 민트색 트럭은 떡볶이 차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게 미세먼지로 간이 된 떡볶이와, 미세먼지 소스가 솔솔 뿌려진 회오리 감자를 사 왔다. 역시나 먹는 순간 미세먼지의 존재를 잊어버릴만한 맛이었다. 마스크로 기관지로 유입되는 먼지는 원천 봉쇄했지만 입으로 들어오는 건 순순히 허용하고 말았다. 목구멍 단속은 역시나 쉽지 않다.
3
최대치의 삶의 만족도가 백이라면, 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어렵다. 마치 갖고 있는 주식 중 하나가 오르면 하나가 내리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이 이상은 안돼! 하고 선을 긋는 것 같다.
일상에 만족감이 슬슬 올라올 참에, 또 그걸 깎아 먹는 일이 기어코 생기고야 만다. 이럴 땐, 만족도가 0이 되는 일도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 아주 조금의 위안이 된다. 그렇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위안들을 찾아내는 일이 때론 국면 전환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