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능력자가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학교 단상

by 송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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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종업식을 하지 않았고, 봄방학도 오지 않았지만 새 학기 준비로 분주하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생활부장(학폭) 업무를 맡았다. 한 해만 하고 말아야지, 생각했었고 떼려면 뗄 수 있었지만, 1년 하며 일 배운 김에 한 해만 더 해보기로 했다. 작년엔 부탁을 받고 했지만 이번엔 지원했다.

학교 폭력 사안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2020년, 코로나로 가정학습이 많았고 학교에 와도 거리두기를 했던 2020년에도 학폭은 보란 듯이 발생했다. (콘크리트 바닥 틈새에서도 풀은 싹을 틔운다.) 덕분에 학폭 처리 과정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올 한 해 평화롭게 지나길 비나이다.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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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엔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일을 추진한다. 특히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학교 구성원들의 평화가 결정되는 일이 많다.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 하는지, 성과만큼 과정도 중시하는지, 일을 결정할 때 선생님들이 아이들 교육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지, 이런저런 가치가, 일하는 사람의 많은 선택을 좌우한다.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은 건, 일을 잘하는 것과 능력이 뛰어난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사람의 진짜 능력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추진력이 좋아 밀어붙이고 사람들을 쥐어짜 내서 그럴듯한 성과를 내지만 뒤에서 욕을 먹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정작 그 사람은 자신이 욕을 먹는 줄 모른다. 대개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얻으려고 그 사람을 능력자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사람을 성과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일도 잘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분들도 만나긴 했다. 귀한 사람들이고 참 능력자다. 그들은 일을 추진할 때 사람을 중심에 둔다. 일의 파급력을 예상하고,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일을 마구잡이로 벌이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서 '혁신'을 말할 땐, 외부의 새로운 것들을 덧대고 적용하는 일을 의미할 때가 많다. 학교에서, 교육에서 혁신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동일하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 외의 일들을 덜어내고 잔가지를 치는 일이다. 많은 성과들과 업무들로부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간을 보호하고 지켜내는 일이다.

일에 찌든 선생님이 아이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고, 대개의 경우 어디에 그 에너지를 쓸 것인지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 점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의 업무 추진 스타일은 각 교실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친다. 일개 교사로서 난 학교에서 일 잘하는 사람 말고, 진짜 능력자를 만나고 싶다. 마음을 헤아리고, 과정을 중시하고, 성과보다 평온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일 잘하는 사람은 윗사람에게 인정받고, 능력자는 보통 아랫사람에게 존경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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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종업식이 있는 날이고, 동시에 교실 이사를 가야 한다. 아이들과는 오늘 대면 인사를 했고 내일은 화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할 예정이다. 새로 옮긴 학교에서 처음 만난 너희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착한 아이들을 만나서 참 좋았다고 말해줬다. 꽤나 드라이한 말투로 말했고, 아이들도 담담하게 들었다. 코로나 19는 사람들 사이를 쿨하게 만들었다.

아이들과 마지막 원격수업을 마치면, 짐을 싸고 교실을 정리하는 엄청난 과업이 하루에 다 진행될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끼어들지 않기를, 그래서 모든 일을 적시에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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