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현대를 살아가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 교육에도 중요한 통찰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집중력을 훔치는 여러 요소들을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집중력을 잃어가는 현상을 단지 스마트폰을 든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는다. 현대 문화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집중력 문제는 비만율 증가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음식의 질이 나빠졌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힘든 도시 구조, 생활 방식의 변화 등의 원인을 들어, '비만은 의학적 유행병이 아니라 사회적 유행병'이라고 한다. 집중력에 대해서도, '집중력 문제를 유발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진 않은지'를 물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많은 요소들을 집중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으며, 개인의 경험과 전문가의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중에서, 지금 교육계에 논란을 낳고 있는 AIDT(AI 디지털교과서)와 관련하여, 현장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해력 저하 문제에 관한 연구 결과가 이 책에 제시되었기에 소개한다.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대학에서 20년간 문해력을 연구하는 아네 망엔 교수는 이런 사실을 증명했다고 한다.
"독서는 우리에게 특정 방식의 읽기를 훈련시키는데, 바로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형적 방식의 읽기다. 아네는 화면을 통한 읽기가 이와는 다른 방식, 즉 정신없이 넘기면서 초점을 옮기는 방식의 읽기를 훈련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네의 연구는 사람들이 화면으로 글을 읽을 때 대충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변화는 읽기와 다른 관계를 맺게 한다. 읽기는 더 이상 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이 아니라, 붐비는 슈퍼마켓을 마구 뛰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잡아채서 빠져나가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아네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에게는 종이책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똑같은 정보를 화면으로 제공했다. 그다음 모두에게 방금 읽은 내용을 질문했다. 이렇게 하면 화면으로 정보를 본 사람들은 내용을 더 적게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54개 연구에서 나온 폭넓은 과학적 증거가 존재하며, 아네는 이러한 현상을 '화면의 열세'라 일컫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책과 화면에서 나타나는 이해의 차이가 얼마나 크냐면, 초등학생의 경우 1년 동안 성장하는 독해력의 3분의 2에 맞먹는다."
아네 교수에 따르면, 화면으로 읽는 경험이 누적되면 읽기 방식 자체가 바뀌고 그건 또 종이책을 읽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한다.
AIDT의 계획 초기에 교육부는 3년 안에 서책 교과서를 AI디지털교과서로 완전히 대체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장의 우려가 커지자, 지난 7월의 교육위 현안질의에서 교육부장관은 서책교과서 완전 대체는 상황을 보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과학적 입증에 따른 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