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으로, 모든 선생님의 울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이초 선생님이 당한 일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주변 선생님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교실이 붕괴되고, 가르치는 마음이 부러지는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그건 언젠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은 점점 절망의 그림자가 옥죄어 오는 기분을 느껴왔다.
학폭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부장을 맡았을 때, 관련 학부모로부터 폭언과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들은 적 있다. 다음 날 다시 통화하면서, 어젠 말씀이 심하셨다고 하자, 그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도 공무원이잖아요. 민원인은 공무원한테 그렇게 해도 들어야지요." 말문이 막혔다. 그 학부모처럼 대놓고 표현은 안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의 마음속에서 '교사'는 이미, 서비스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업 종사자 내지는 일개 공무원일 뿐이다. 고객들은 서비스업자에게 요구한다. 업계의 오랜 구호인, "손님은 왕이다." 정신으로 임해줄 것을. 고객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도 안 되고, 토를 달아서도 안 된다. 진상 고객도 다 받아줄 각오를 해야 한다. 교사는 언제부터 지식 상품을 파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되었나.
학생의 인권은 교사의 교권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둘 다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 인권'을 학생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것쯤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게 문제다. 잘못을 해서 지도를 받거나, 혼이 날 때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의 기분이 나빴다고 하면 참지 못한다. 잘못했을 때, 부끄러움도 느끼고 책임감도 배우는 곳이 학교여야 한다.
악성 민원을 남발하고, 갑질을 일삼고, 아동 학대 신고를 무기로 교사를 무릎 꿇리는 사람들을 향한 비난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런 일들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그간 선생님들의 절규와 요구에 귀를 막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서이초 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의 장소를 교실로 택한 그 마음이 헤아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