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너는 나의 봄이다> / 어반자카파, <봄을 그리다>
<너는 나의 봄이다> -성시경
어쩌자고 난 널 알아봤을까
또 어쩌자고 난 너에게 다가갔을까
떠날 수도 없는 이젠
너를 뒤에 두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네 모습뿐인걸
언젠가 네가 했던 아픈 말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덜 힘들었을까 너는
울고 있다 참고 있다
고갤 든다 아프게 웃는다
노을빛 웃음 온 세상 물들이고 있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네 곁에 있고 싶다 아파도
너의 곁에 잠들고 싶다
첨 그날부터 뒷걸음질 친 너
또 첨 그날부터 이별을 떠올렸던 나
널 너무 갖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었던 것들
차가운 세상 서글픈 계산들
아무리 조심해도 애써도
아무리 아닌 척 밀어내도
이미 난 네가 좋아
보고 싶다 달려간다
두드린다 넌 놀라 웃는다
동그란 웃음 온 세상 다 어루만진다
울지 마라 가지 마라
이제는 머물러라 내 곁에
넌 따뜻한 나의 봄인걸
아직 망설이는 네 맘 앞에
그래도 멈추지 못할 내 마음
네게 남은 두려움 너를 안고 안아
내 품이 편해질 때까지
마침내 만나게 된
너는 나의 따뜻한 봄이다
성시경의 <너는 나의 봄이다>는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로도 유명한 곡이다. 미모의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씨와 백화점 재벌 김주원(현빈)과의 동화 같은, 비현실적이어서 더 현실로 이루고 싶은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당시 내가 사는 동네 도로에도 현빈이 자동차 신을 촬영하러 와서 난리가 났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 노래를 사실 OST로 안 것이 아니라, 성시경은 내가 애정 하는 TOP3 안에 드는 최애 가수이기 때문에 그가 부른 OST는 무조건 믿고 듣는 편이라 알게 되었다. (연연, 너에게, 너의 모든 순간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그의 명품 OST 곡들!)
그런데 가사가 엄청나게 시적이고 뭐랄까, 드라마 장면 장면에 들어가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어서 그런지, 가사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이 그려진다. 가사를 분석해본다.
어쩌자고 난 널 알아봤을까
또 어쩌자고 난 너에게 다가갔을까
떠날 수도 없는 이젠
너를 뒤에 두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네 모습뿐인걸
—> 이건 길라임을 알아보고 뒤를 따라가는 김주원 느낌.
언젠가 네가 했던 아픈 말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덜 힘들었을까 너는
—> 그냥 드라마 대사를 읊조리고 있는 듯함.
울고 있다 참고 있다
고갤 든다 아프게 웃는다
노을빛 웃음 온 세상 물들이고 있다
—> 울음이 터져 나오지만 고개를 숙여 참고 있다가, 다시 고개 들어 그를 올려다보는데,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다. 이건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애매한 얼굴인데, 마음은 찢어질 것 같지만 그를 위해서 억지로 웃어야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으므로... 200% 공감 가는 실제 이별 장면을 염두에 두고 쓴, 드라마 촬영장에서 감독이 배우에게 컷 주문을 하는 듯한 가사다.
이 노래가 마음에 박히는 건, 가사들이 너무나 현실적인데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보이는 시적 운율과 순간을 포착하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아마 웃을 때가 아닐까? 그때마다 관찰한 ‘나’의 눈에 비치는 다양한 웃음들.. 노을빛 웃음은 온 세상을 물들이고, 동그란 웃음은 온 세상을 다 어루만진다. 나의 세계에 들어와서 물들이고 어루만지는 당신. 당신의 웃음들.
세상은 차갑고, 서글픈 계산들에 매일 상처 받지만,
당신이 내게 있어서 매 순간이 따뜻했고 봄날이었습니다.
+
<너는 나의 봄이다>와 같은 년도인 2011년에 발표된 곡 중에,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사나 분위기 면에서 상당히 비슷한 노래가 있다. 바로, 어반 자카파의 <봄을 그리다>. 어반 자카파도 내가 애정 하는 그룹!!! 꺅~~♥
<봄을 그리다> - 어반 자카파
우리의 봄이 갔지
예쁘게 하늘도 그리고
꽃잎 하나하나 정성스레 그려 나갔어
쿵쾅거리는 심장까지도
그림에 담을 수 있을까 하고
정말 따뜻한 우리의 봄이었지
이제는 바래진 우리의 봄날
그리다 그리다가 번져 수없이 다시 그리고
Oh 난 우리의 봄날에 다가온 계절이
무색하게 난 다시 봄을 그린다
아직 잊을 수 없는 그 거리
꽃잎이 예쁘게 흩날리던 곳
정말 따뜻한 우리의 봄이었지
이제는 바래진 우리의 봄날
그리다 그리다가 번져 수없이 다시 그리고
Oh 난 우리의 봄날에 다가온 계절이
무색하게 난 다시
너와 그리다 내게서 니가 멀어지던 그 날
기억을 지우려 해도 그 게 안 돼
이제는 희미해진 우리
눈물에 번져버린 우리
다신 오지 않을 그때의 봄날
어반자카파는 2009년 <커피를 마시고>라는 앨범으로 데뷔한 혼성 음악 그룹으로,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는 매력적이고 특색 있는 보컬 셋(조현아, 권순일, 박용인)의 조화가 제대로 된 R&B와 SOUL을 살린다.
이쯤에서 궁금했지만 그냥 지나갔던! 어반 자카파(Urban Zakapa)의 그룹명을 살펴보자. Urban(도시의)이라는 단어와 ZAppy(눈에 띄는), KAleidoscopic(변화무쌍한), PAssionate(열정적인)의 앞 글자를 합성하여 만든 이름이라는 사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작명 센스조차 뛰어난 이 사랑스러운 그룹^^
어반자카파의 결성은 2009년 4월이지만, 멤버들의 만남은 더욱 일찍 시작됐다고 한다. 인천의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박용인과 조현아가 먼저 만났고, 조현아는 MBC <별밤 뽐내기>에서 연말 장원을 하고, 권순일은 SM엔터테인먼트 노래 선발대회에서 입상 후 연습생 생활을 하는 등 이들이 결성하기 전부터 실력은 이미 입증됐다고 보면 된다. 권순일의 동기들이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로 데뷔하는 가운데,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만류로 대학 진학을 했지만, 한창 음악을 하고 싶던 나이라 고교 동창 박용인의 권유로 음악활동을 다시 시작, 어반자카파를 결성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소속사도 없었고, 두 앨범도 모두 자비로 냈다고. 그 후 2년이 지나 2011년 5월 17일 정규 1집을 발매했다.
이 그룹의 숨은 역사를 알게 되니, 더욱 대단해 보이고 진짜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해서 하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서 자주 생각하는 건데, 사람마다 가지고 태어나는 자기만의 재능과 잠재력이 있는데 그건 누가 옆에서 뜯어말려도 안 할 수 없는 일 같다. 적어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잘하고 싶고, 욕심을 내는 내 모습을 볼 때..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일이라고 투덜대면서도, 들이는 공과 내 연차에 비해서 적은 돈을 받고도 글을 쓰면서 나를 찾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 그것이 한 해, 두 해를 지나가서 서른이 넘어서도 이어지고, 다른 직업으로 잠시 틀었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나처럼 이들도 음악을 할 때 그런 눈에 띄고 싶고, 변화무쌍한 열정을 느끼는 게 아닐까?
여기까지는 사설이고.
본론으로 돌아가서 노래 이야기를 하자면, 어반자카파의 <봄을 그리다>는 나에게 봄을 생각하면 생각나는 노래 중에 단연 최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국민 봄노래라면(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벚꽃 노래지만) 나에게는 <봄을 그리다>를 알게 된 순간부터 인생 봄노래가 됐다. 가사도 일품이지만, 어느 한 곳도 거슬림 없이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피아노 선율,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권순일의 치고 빠지고, 올렸다 내리는 일품 보이스가 이 노래에 이르러 빛을 발하고 뿜다 못해 터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래진 우리의 봄날
그리다 그리다가 번져 수없이 다시 그리고
이 후렴 가사를 권순일이 부르는 부분에서는 벚꽃 흐드러진 나무숲을 실제 수채화로 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와 다르게 조현아가 부르는 부분에서는 같은 가사인데도 다른 해석이 느껴지는데, 봄날을 함께 나눈 연인과의 기억이 바래져가고 잊혀 가는 것에 대해 붙잡고 싶지만 생각할수록 눈물로 지워져서 계속 그리고 그리는 애절함이 보인다.
아직 잊을 수 없는 그 거리
꽃잎이 예쁘게 흩날리던 곳
정말 따뜻한 우리의 봄이었지
다시 권순일의 보이스로 돌아와서 들어보자. 진성과 가성을 어느 때 넣고 빼야 하는지 제대로 아시는 분. 목소리로 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연출력이 있다고나 할까.
박용인의 목소리도 남자 보컬로서 최고긴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여성 보컬 못지않게 ‘아름답고 여린 목소리를 내는 남자 보컬’이기 때문에 이 점은 양해해주시기 바라며^^; (예를 들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브라이언)
지난주 구례와 하동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분홍빛으로 만개한 벚꽃 터널을 지나면서 봄이 참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꽃구경만으로도 사람들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게 신기하다. 해마다 여의도 벚꽃놀이 시즌이 되면, 그곳에서 일하던 기억과 처음 데이트를 했던 기억들이 뒤섞인 감정이 들었는데 이제는 지나간 추억으로 접어두려고 한다. 구질구질하게 재생시키려고 하기보다는 고이 접어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나도 누군가에게 생각하면 꽃처럼 따뜻해지는 사람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