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즈, <비 오는 압구정> / 이현우, <비가 와요>
<비 오는 압구정> -브라운 아이즈
비 오는 압구정 골목길에서
그댈 기다리다가 나 혼자 술에 취한 밤
혹시나 그댈 마주칠까 봐 두 시간 지나도록
마냥 기다리네
oh Rainy day~
어쩌면 이젠 못 볼지도 몰라
일부러 니가 다시 날 찾기 전엔
*oh rainy day Tonight ~
너와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 일까
며칠 전까지 여기서 널 보곤 했는데
오늘은 전화도 꺼놨나 봐*
그대 목소릴 닮은 서운한 비만 오네
**
그댈 기다리다가 나 혼자 술에 취한 밤
혹시나 그댈 마주칠까 봐 두 시간 지나도록
마냥 기다리네
oh Rainy day~
어쩌면 이젠 못 볼지도 몰라
일부러 니가 다시 날 찾기 전엔
oh rainy day Tonight
너와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 일까
그대 목소릴 닮은 비만 오네
<비 오는 압구정>은 윤건, 나얼 2인조로 이루어진 R&B 그룹 ‘브라운 아이즈’의 2002년 2집 앨범 <<Reason 4 Breathing>>의 수록곡으로, 당시 활동곡이 아니었음에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숨은 명곡이다. 윤건, 나얼의 같은 듯 다른 느낌의 비에 젖은 목소리가 비 오는 압구정 거리를 연상케 한다.
비 오는 압구정의 한 골목. 헤어진 연인은 오지 않는데 혼자 술에 취한 채, 거리를 내다보는 남자의 시선. 두 시간이 지나도록 마냥 기다리며 남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 수줍은 고백, 함께 손잡고 걷기만 해도 좋았던 날들, 아름다웠던 너의 모습, 처음 싸우던 날, 헤어짐을 준비하던 시간들, 이별, 기다림...
그 사람을 만났을 때는 알지 못했던 우리 인연의 끈. 그 길이를 미리 알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인연이 아니었다고 애써 자기를 달랠 필요는 없다. 짧으면 짧은 만큼, 길면 긴 만큼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또 다른 인연은 시작되기에. 보고 싶은 건 비가 아닌데, 듣고 싶은 건 빗소리가 아닌데 압구정에는 그대의 목소릴 닮은 서운한 비만 온다.
+
브라운 아이즈 <비 오는 압구정>과 엮고 싶은 곡은 이현우의 <비가 와요>. 비 올 때마다 몰래 꺼내서 듣는 나의 비밀 곡인데, 에잇! 여기에 푼다.
<비가 와요> -이현우
또 비가 와요 널 보고 싶게
잊을만하면 또 비가 와요
비를 맞아요 너를 맞아요
너 가고 없는 이곳에 비가 내려요
믿어지지 않아요 내가 사랑했던 오직 그대
잊혀질까요 시간이 흘러가면 아무렇지도 않게
*너에게는 잘해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네게 해주지 못한
아쉬움만 남아서 이 비가 되어
나는 한없이 젖어만 가네요*
나의 모습 이대로 사랑해주었던 나의 그대
어디 있나요 이젠 너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아요
**
아쉬움만 남아서 이 비가 되어
나는 한없이 젖어만 가네요
나는 한없이 젖어만 가네요
90년 대 발라드 가수하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이현우. 내가 성시경을 알기 전에 처음 발라드에 빠지게 만든 남자 가수라고 할 수 있겠다. <헤어진 다음 날>이 내가 이현우의 노래 중 처음 알게 된 곡인데, 당시가 1997년이었으므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라디오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듣기 시작했으니 이제 막 가요에 눈을 뜰 무렵, 발라드의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헤어진 다음 날>은 이현우의 4집 앨범 타이틀 곡이니 데뷔는 한참 전인 1991년에 했다. 1집 앨범은 그 제목부터 카리스마 느껴진다. 일명 <<Black Rainbow>>. (무지개는 일곱 빛깔 총천연색인 게 이치인데 왜 검은색이 앞에 붙는 걸까?) 이 앨범의 <꿈>이란 곡으로 데뷔했고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라는 분위기 좀 아는 남성들의 노래방 18번도 이 앨범에 있다.
오늘 소개할 곡인 <비가 와요>는 2004년 9집 앨범 <<Sinful Seduction>>의 수록곡으로, 이현우 특유의 변화 있거나 내지르는 창법이 절제되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이 앨범은, 80년대에 나왔던 노래를 그만의 개성적 느낌으로 리메이크하여 더욱 대중성을 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부드럽게 시작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호소력 짙은 매력적인 보이스의 소유자 이현우. 그래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나 보다. (나이로 보면 우리 엄마보다 6살 어리니까 50대 중반.. 외삼촌뻘.. 죄송합니다ㅠㅠ)
제목 그대로 배경은 비 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밖에 비가 온다는 안부를 전하고 싶지만 이제는 헤어진 사람이므로 아무 인사도 할 수 없는 아쉬움을 노래한 곡.
또 비가 와요 널 보고 싶게
잊을만하면 또 비가 와요
비를 맞아요 너를 맞아요
너 가고 없는 이곳에 비가 내려요
비가 오면 왜 그 사람이 보고 싶은 걸까. 잊을만하면 비가 내려서 생각나고, 또 잊을만하면 비가 내려서 생각하게 하는 야속한 비. 이제 그만 울고 맘 좀 잡으려고 하면 함께 갔던 곳들이 떠오르고, 함께 봤던 영화가 기억나고, 함께 듣던 음악이 들려온다.
그럴 만도 한 게, 한 때 나와 가장 가깝고 친밀했던 사이인데 하룻밤에 칼로 무 베듯이 싹둑 썰어버릴 수 있는 게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요즘은 A.I도 사람과의 관계나 추억을 기억하고 그에 맞게 프로그래밍되고 말을 거는 시대인데. 기억 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이상 누군가와의 관계를 끊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너에게는 잘해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네게 해주지 못한
아쉬움만 남아서 이 비가 되어
나는 한없이 젖어만 가네요
헤어지면 다 그런 것 같다. 잘해줬던 것보다 잘해주지 못한 거, 못해준 거, 마음 아프게 한 거, 슬프게 한 거, 상처 준 거... 이런 것만 기억나서 더 마음이 찢어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해줄 걸..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좋아 죽겠으면 좋아 죽겠다고 말하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맘껏 표현할 걸. 그렇게 하면 나한테 질릴까 봐, 내가 사랑하는 만큼 니가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사랑에는 무게가 없는데 왜 나는 매 순간 그 무게를 달려고 했을까. 후회 없는 사랑은 없다지만 후회가 남는 게 사랑. 그래서 그 슬픔이 눈물이 되고, 눈물을 닮은 비가 내리면... 가장 사랑했고 고맙고 소중했던 사람이 생각나나 보다.
나의 모습 이대로 사랑해주었던 나의 그대
어디 있나요 이젠 너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아요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나의 모습 이대로 사랑해주는 그 사람에게 고마움을 아끼지 않고 싶다. 또 나도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엔, 나의 체온이 온전히 느껴지도록 따스하게, 꽉 안아주고 싶다.